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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20 BAPE STA

2000년에 처음 소개된 베이프 스타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흡사 에어 포스 1을 떠오르게 하는 쉐입으로 당시 에어 포스 카피 제품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일반 가죽 소재를 주로 사용한 에어 포스 1과는 다르게 신발 전반부에 애나멜 소재를 적용하면서 차별화를 주었다. 그로 인해 베이프 스타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반영해 소위 나이키 짝퉁이 아닌 패러디 신발로 자리매김했다. 소송을 제기할 만도 한 나이키는 오히려 소송이 아닌 베이프의 주식을 매입하는 선택을 했다.

1993년 작은 규모로 시작해 일본 스트릿 패션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베이프(A BATHING APE)의 시작은 이렇다. 영화 <혹성탈출>의 영화 팬이었던 베이프의 브랜드 디렉터 니고는 영화 제목 ‘Planet of the Apes’에서 오마주 했고, 목욕(Bathing)을 즐기는 일본 문화에 영감받아 그 합성어로 이름을 지었다. 특유의 카모 무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쳐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2003년까지는 일본에서만 인기를 누렸지만, BBC와 ICE CREAM의 창립자이자 N.E.R.D.의 멤버 퍼렐 윌리엄스가 베이프를 즐겨 입으면서 미국 내 인지도가 상승했고 뒤 이어 제이지, 칸예 웨스트, 릴 웨인 등 다양한 래퍼들의 선택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했지만, 그중에서도 후드집업, 모자 그리고 베이프 스타가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스트릿 씬에서 누구나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나, 2011년 니고는 베이프를 중국 I.T 그룹에 3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과한 디자인을 출시하며 베이프 팬들을 돌아서게 했다. 다행히 지금은 지난날 실험적인 디자인을 반성하며 이전 황금기의 컬렉션을 다시금 되살리고 있다.

베이프 스타는 현 유행인 뉴트로와 부틀렉이라는 문화와 맞물려 2000년 초반 스트릿 씬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나이키의 에어 포스 1을 모티브로 탄생한 베이프 스타는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패러디 디자인을 베이프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감싼 좋은 예다. 원작을 능가하는 패러디가 있겠느냐만, 에어 포스 1의 두 배를 뛰어넘는 가격이었음에도 ‘베이프 스타’라는 이름은 또 다른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2013년 니고와 완벽한 이별 이후 잠시 주춤했던 베이프 스타. 20주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베이프의 재림을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DITOR    주동원
PHOTO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