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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Genre, junggigo

지난해 말, 재즈 앨범 <Song for Chet> 발매와 싱글 ‘Swish(Feat.SOMA)’ 그리고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공연까지 마쳤다. 
계획했던 대로 백 퍼센트는 아니었지만, 해야 하는 것들은 다 끝낸 거 같아 홀가분하다. 재즈 앨범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좋아해 ‘녹음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년 2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났다는 기사를 봤는데.
회사와 계약이 종료되고, 다시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소속사를 나온 이후, 바로 음악 작업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Song for Chet> 앨범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여기저기서 <Song for Chet> 앨범을 많이 좋아해 준 덕분에 연말에는 공연도 많이 했다. 계획했던 건 <Song for Chet>과 싱글 ‘Swish’ 딱 두 개였는데, 계획대로 잘 마쳤다. 작년의 열정에 탄력 받아 올해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정기고와 호림, 두 아티스트의 색채가 다르지만, 각각의 공연 모두 좋았다는 평이 많던데. 호림이 소울풀하고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면, 정기고의 무대는 담백하고 재밌었달까.
평소에 친한 ‘DJ 소울스케이프’형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의 큐레이터를 맡게되면서, 나를 아티스트로 추천했다. 마침 호림이도 그맘때쯤 앨범이 나와서 얘기가 되고 있었고. 공연은 각자 잘 준비했던 것 같다. 호림이는 엄청 열심히 하는 친구다. 앨범이 이번 한국 힙합 어워즈(Korea Hiphop Awards) 올해의 알앤비 앨범에 노미네이트도 되기도 했으니.

상처팔이’라는 곡 녹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상처팔이’는 6년 전에 쓴 곡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레코딩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퀸텟으로 다시 부르게 되었다. 곧 나올 예정이다.

 

독립 레이블 비저너리 레코즈(Visionary1 Records)를 설립했다. 다른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고, 직접 레이블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사실 스타쉽에 들어가기 전에도 독립적으로 계속해오던 중이었다. 항상 오롯이 나만의 비전을 담은 레이블을 만들어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다르게 힙합신의 많은 래퍼와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 함께 한 아티스트 중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
‘팔로알토’와 한 작업이 좀 많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팔로알토는 정말 오래전부터 함께 음악을 해오는 친한 동생인데, 서로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도 잘 맞아서 같이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팔로알토의 <Lonley Hearts> EP 앨범 수록곡 ‘드디어 만났다(feat.junggigo)’다. 이 곡은 술에 취한 채로 녹음해서 그 과정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원래는 ‘녀석들’과 ‘드디어 만났다’ 두 곡을 녹음하기로 하고 만났는데 곡 녹음을 마무리할 때부터 피로가 몰려왔다. 다른 한 곡은 다음에 하자며 집으로 돌아갔는데, 나중에 팔로한테 연락이 와서 혹시 자기한테 화난 게 있었냐고 묻더라.(웃음)

한 달 전, 발매한 <Song for Chet> 이야기도 해보자. 이 앨범은 정기고가 아닌, ‘정기고 퀸텟’ 이름으로 나왔다. 이 전에 해오던 음악과는 다른 재즈였다. 언제부터 재즈 앨범을 발매하려고 생각했었나?
오래전부터 재즈를 좋아하고 자주 부르곤 했다. 레코딩을 해야겠다고 생각 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퀸텟에서 색소폰을 맡은 ‘쿠마파크’가 계속해서 말을 꺼내긴 했었다. 스타쉽과 계약을 하고 나선 너무 바빠 진행하지 못하다가 계약이 끝나고서 다시 얘기가 나와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잘 할 수 있을까’, ‘재즈를 오랫동안 해온 분들에게 실례가 되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퀸텟 세션 친구들이 정말 실력 있는 친구들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들 덕분에 앨범이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Song for Chet> 의 ‘Chet’은 재즈계의 거장 쳇 베이커(Chet Baker)인데. 쳇 베이커의 곡을 커버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재즈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냥 시작했다. 세션 친구들과 몇 번 맞춰보고 캐주얼하게 쭉 녹음하고 나오게 된 앨범이 <Song for Chet>이다.

 

그렇게 단시간에 녹음했는데 그렇게 높은 퀄리티의 앨범이 만들어지다니 놀랍다. 수록곡 중 ‘I wish you love’은 LP로만 들을 수 있던데. 특별히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
앨범 컨셉이 쳇 베이커의 곡을 다시 부르는 거였는데, ‘I wish you love’의 쳇 베이커 트럼펫 버전은 있어도 직접 부른 건 없다. 내가 그 곡을 좋아해서 녹음까지 해버렸는데, 녹음하고 나니 ‘앨범 컨셉에 이 곡이 맞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앨범에는 수록할 수 없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들려주고 싶어 LP에만 넣기로 했다. 사실 집에 턴테이블이 없어 나도 들은 적은 없다.(웃음) 공연 때는 꼭 부르려고 하는 편이다.

유튜브 라이브로 라디오 진행 예정이라고.
앨범이나 공연으로는 자주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다. 앨범은 빨라야 2~3개월이고, 공연은 그 텀이 더 길고. 요즘은 유튜브라는 영상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활성화 되어있다 보니 팬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라디오 게스트로 갔다가 옛날에 새벽에 라디오 하던 것도 생각나고 해서 준비중이다.

 

최근에 인스타 라이브를 자주 하는 걸 봤다. 
자주까지는 아닌데 내가 워낙 안 해서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셀카도 잘 안 찍는데 팬들이 짧게라도 라이브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서 한 번 해보니까 재밌더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면 댓글을 보면 안 된다고 하더라. 라디오 얘기를 하려고 켰는데, 팬들이 뭘 물어봐서 대답하다 보면, 말이 다른 얘기로 흘러서 하려고 했던 얘기를 까먹게 된다. 인사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 “하이 인도네시아, 하이 말레이시아” 인사하다가 끝나겠더라.(웃음)

 

소유와 함께한 곡 ‘썸’으로 인해 글로벌 팬들도 많아졌을 것 같다. 정기고에게 ‘썸’이란 어떤 곡인지?
정말 감사하다. 케이팝 문화가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 됐는데, 그 흐름은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나를 알고 있는 팬이 위주였다면, ‘썸’이라는 곡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사실 ‘썸’은 내가 직접 쓰지 않은 첫 곡이었다. 이전에는 내가 직접 쓴 곡만 불렀었는데, 회사에서 ‘한번만 믿고 하자’는 요청으로 도전했다. 진짜 그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 못했을 것 같다. 해보고 나니까 내가 원래 하던 게 아니어도 다른 좋은 경험이 된다는 걸 배우게 됐다. 원래는 모든 멜로디와 가사를 직접 쓰곤 했는데. 이제는 다른 아티스트나 친구들의 곡도 주의 깊게 보며 마음에 들면 노래하기도 한다. 어쩌면 ‘썸’을 계기로 아티스트로서의 내 가치관도 많이 바뀌게 된 것 같다.

비저너리 레코즈(Visionary1 Records)로 독립한 뒤 프로듀서의 길을 걷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2002년부터 내가 불러온 노래들은 항상 내가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이었다. 직접 멜로디와 가사를 쓰고 앨범의 아트워크를 구상했다. 홍대 앞 카페에서 시작한 작은 공연 형태의 ‘집 앞 카니발’이라든지 내가 홍대에서 진행했던 페스티벌도 있었고. 어려서부터 뭔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특별히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소속사를 나오고 나서, 변한 점이 있나?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된다. 회사에 있을 땐 오롯이 내 뜻대로 하는 게 아니니까. 물론, 회사에서 강압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회사와 이야기를 통해 협의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과정에서 내 뜻이 백 퍼센트 들어가진 않는다. 지금은 내 회사고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돈 못 벌어도 상관없어 멋있고 재밌는 거 하면 되지’하면서 스스로 계획하고 부담을 떠 안을 수 있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긴 하지만, 오롯이 내 아카이브를 쌓는다는 생각으로 좀 더 부지런하게 일하게 된다.

요즘은 주로 무슨 노래를 듣는지?
‘Mac Aryes’의 노래를 듣고 있다. 너무 좋다. 목소리만 듣고 소울풀한 흑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정반대의 모범생 느낌의 백인 아티스트였다. 진짜 음악을 잘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접했는데, 듣는 순간 ‘어 이거 뭐지?’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고 최근 나의 원픽 이다.

 

그럼 혹시 주목하는 신예가 있나? 
독립한 뒤 노래하는 친구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남자 싱어는 호림이나 따마(thama). 여자 싱어 중엔 제이클레프(Jclef). 예전에 클럽 ‘소프’에서 ‘더컷’ 형들이 여자 보컬을 중심으로 기획한 공연을 한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제이클레프를 처음 봤다.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후보로 노미네이트 될정도로 실력파다. 수민, 후디처럼 실력있는 여성 싱어들도 있다. 최근에는 여자 솔로 싱어 붐이라고 할 정도로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정기고라는 아티스트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매번 다른 것 같다. 내가 음악을 만들거나 표현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아무래도 가사나 노래에 녹아있다 보니 그때그때 다르다. 그래도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화자가 나로 고정되는 만큼 내 이야기라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 그것만 전달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19년 준비 중인 계획이 있다면?
계획이 제법 많다. 우선 앨범과 퀸텟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여러 곡의 신곡과 팬들과의 미팅을 준비 중이고.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소규모로 팬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팬 캠프’를 생각 중이다. 당장에는 일본 공연이 잡혀있어서 3월에 도쿄, 오사카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올해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비져너리1’과 같이할 수 있는 괜찮은 아티스트를 찾는 작업.

Editor 이보영 이지희  
Photo 강상우  
Hair makeup 신소연 
RETOUCH DESIGN 목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