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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 S#1

[S#1] 작가 최기훈

 

어릴 적에 한 번쯤은 읽어 보았을 <아기 돼지 삼형제>. 엄마 돼지가 아기돼지 삼형제를 독립시키기 위해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 아기돼지 삼형제는 각자 집을 짓는다. 짚더미로 대충 만든 첫째 돼지, 나무로 집을 지은 둘째 돼지, 벽돌집을 만든 셋째 돼지가 등장하는 영국의 전래 동화이다.

 

작가 최기훈은 넷째 돼지가 집을 짓는다면 시멘트로 집을 짓지 않았을까, 라는 특별한 상상을 하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의 상상은 상상에 그치지 않았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작가 최기훈의 작업실은 시멘트로 만든 예술 그 자체였다.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은 견고하고 거침없는 예술성이자 하나의 세계처럼 보였다. 반드시 ‘꿀’이라는 부사를 넣어 달라는 작가의 요청에 그의 자유와 독자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시멘트로 집을 짓는 넷째 돼지 ‘꿀’, 작가 최기훈. 조각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관람자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최기훈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Close Up]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기훈이라고 합니다. ‘Cavism’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주로 입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그 바운더리 안에서, 다양한 쪽으로도 접목을 하여 최대한 재밌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TITLE] 브랜드 네임의 내포된 뜻이 있나요?

 

우선 ‘Cavism’의 ‘Cave(동굴)’과 ‘ism(~주의)’의 합성어입니다. 이것은 (저의) 방향성인데, 저는 ‘방향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우리 항상 (인생에서) 넘어지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넘어진 곳에서) 끝이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어디를 향해가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을 할 때는 특정한 정보를 기반으로 상상을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뉴스도 간혹 오보를 내기도 하는 (시대에서), 그런 정보들을 항시 믿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 정보를 만든 사람조차 나 같은 불안정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나의 생각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 차라리 그럴 바에는 정보들이 많이 없고 거의 없었던 ‘저 옛날 석기 시대에 동굴(Cave)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생각을 시작하자!’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Cavism’ 브랜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Naration]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평소에 생각을 깊게 하다 보면 진지해지고 철학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진지한 것을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진지한 것을 조금 더 풍자스럽고, 조금 더 해악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제 입장에서 더 재밌더라고요. 그런 것이 센스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어쨌든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하는데, 그저 혼자 보고 즐기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는 매력이 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제가 옛날부터 장난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웃음) 그런 아이가 성장한 모습이 현재의 제 자신이라, 점점 더 ‘어떻게 나다운 걸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에는 ‘그래, 그냥 장난스러운 작업을 좀 더 많이 해보자!’라고 생각하여 최근에는 조금 더 장난스러운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Flashback] 조각 예술을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일단 저는 ‘미켈란 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조각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꼈어요. 그런 (명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인체 해부학 같은 것도 구조가 탄탄하게 잡혀 있어야 그 위에 옷 등이 올라갔을 때 자연스럽게 흐르는데, 그런 점 모두 완벽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대리석으로 (섬세하게) 조각하여 표현한 것을 보고 ‘이 정도가 되어야만 천재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실은 저도 대리석 조각을 하고 싶은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때려죽여도 좋은 기술을 갖고 시작한다고 해도 제가 대리석 조각을 미켈란 젤로보다 잘할 자신은 솔직히 없어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소조(*점토나 유토·밀납·지점토 등 가소성 있는 재료를 붙여 나가며 입체적 형상으로 표현하는 기법) 형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인 영역에서 (구현하는) 방법이 저랑 잘 맞기도 하고요.

 

[N.G.] 조각 예술을 하며 후회하거나 실패했던 적은 있었나요?

실패보다는 약간의 후회가 있다면, 너무 무겁다? (웃음) 작품 자체가 너무 무거우니까 사실 어디선가 전시를 하려고 하면 한 번씩 옮기는 게 (힘들어서) 후회라면 후회예요. 시멘트라는 재료를 선정해서요. 하지만 이 시멘트가 아니면 시멘트 맛을 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 무게도 어떻게 보면, 제가 감당해야 되는 무게라고 생각해요. 저번 개인전 이후로 근데 더 좀 더 확실해 졌어요. (몸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이것을 계속 해야겠다!’라는 확신은 조금 더 요새 많이 들어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Long Shot] 현재 조각 예술 분야에서 작가님 스스로가 어디쯤 위치하신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한참 열심히 할 때인 것 같아요. 이제 조금씩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 정도라고, 저는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조금씩 노출이 되면 될수록 좋은 기회들이 오고 있어서 감사해요. 이런 인터뷰도 마찬가지고요.

[Insert] 작가님은 작업을 하지 않을 때, 평소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아이디어 구상! 구상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저 혼자 카페 가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든요.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서 아이디어 구상을 하면 굉장히 신나요. 아니면 그냥 셧다운 시키고 하루 종일 푹 자버리든지 해요. 하지만 아이디어 구상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Cut to] 미래의 본인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사실 저는 꿈이 커요. 저는 아티스트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재의 꿈이에요. 한국에서도 미국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어렵잖아요. 저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왔지만 미국에서 지금 전시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미국 사람들도 그 주를 벗어나기도 솔직히 힘들어요.

 

예술은 많은 것을 보고 진짜 다양한 것을 먹어봐야, 그 다음에 넓히고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작가들끼리 대면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현장에 가서 느껴보고, 살로 느껴보고, 소화를 시켜보는 것이 참 중요해요. 제 작업을 잘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다음 아티스트들이 조금 더 멋있게 작업할 수 있게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지금 작업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제가 잘 돼야 하니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웃음) 제가 일단 잘 돼야 사람들이 저를 믿고 따라줄 거 아니겠어요?

 

[Hommage] 닮고 싶은 우상 같은 존재가 있나요?

 

다들 많이 아는 작가인데, ‘뱅크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진지한 얘기를 굉장히 해학적으로 풀어가고, 또한 신비주의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은 그 사람에 대해 항상 궁금해 하죠. 저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Monologue-1] 2023년에 컨버스 팝업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진행했던 전시나 팝업 중에서 가장 기억 남은 게 있으신가요?

2022년 10월 29일에 이태원 참사가 있었죠. 그 참사는 비극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저도 그 전날까지 이태원에서 놀았었고 그 다음 날, 술을 마셔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들이 전화 오고 그래서, 뉴스를 확인해보니 사망자가 150명이 넘어가는 거예요.

 

제가 그 당시 ‘도리도리’라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 작업이 ‘붓다’는 모든 걸 다 초월한 성인인데 그 성인마저 세상을 보고 고개를 흔들고 있는 형상을 만든 거거든요. 그 작업물로 ‘이태원 상권 살리기 전시’에서 전시를 했어요. 저는 그 전시가 저에게 가장 의미가 크게 다가왔어요. 실제로 상권이 살기도 해서 저에게 의미가 가장 컸어요. 당연히 어느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고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지만 ‘이태원 상권 살리기 전시’는 저에게 조금 더 의미가 있었어요. 사실 그때 손이 떨려서 그 작업을 한 2~3일 정도 못 했어요.

 

[Monologue-2]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보통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작업 크기에 따라 달라요. 대략 3-4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 업무도 보고, 미팅도 하고, 향수도 제작하기도 해요.

 

[Monologue-3] 향수의 향의 의미가 특별하게 있을까요?

 

제가 만든 ‘Cavism’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동굴이거든요. 그 안에 핀 이끼향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향수의) 이름이 ‘시멘트 모스’거든요. 시멘트에서는 흙이 아니기 때문에 이끼가 날 수가 없어요. ‘이것이 향기로 나면 어떤 향이 날까?’를 생각하면서 만든 향입니다.

 

[Monologue-4]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싶은 브랜드나 혹시 인물이 있나요?

‘릭 오웬스’ ‘젠틀 몬스터’. 해당 브랜드에 제 작업이 들어가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저는 공간 자체에 디테일 하게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공간으로써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브랜드 통해서 그 브랜드 색깔과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제가 좋아하고 원하고 생각하는 무드를 노래부터 향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진행하고 싶어요.

[Monologue-5]  작품을 만들 때, 약간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마음가짐이 있나요?

저는 직업이 작가다 보니까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생각이 업(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요새는 ‘(관람자에게) 조금 더 재미있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이러한 생각을 많이 해요. ‘경험을 통해 오늘 되게 신기한 경험을 했다!’라고 생각 했으면 좋겠어요.  저번 개인전 때 지하에서 저의 Temple(사원)을 만들었는데, 저에게 굉장히 좋은 첫 시작이었죠. 또한 저는 저를 좋아해 주고, 제 작업을 좋아해 주는 것, 그 자체에 힘이 굉장히 실려요.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점점 더 굳건 해졌어요.

 

[Monologue-6]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모든 작품이) 제 시간, 생각, 노력을 다 넣어서 만든 거라 전부 좋긴 한데… ‘마니라투(Maniratoo)’라고 저기 (작업실) 앞에 있는 작업물이 애착이 가요. 학사 졸전(졸업전시)으로 만든 거예요. 물론 남들 신경 안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고 조금 더 깨끗한 상태여서 그런지 ‘마니라투’가 마음이 가요. 아무래도 가장 순수하게 작업을 한 것 같아요.

 

‘마니라투’는 아프리카에 있는 어떤 아이인데, 자기 손바닥을 보고 있는 형상이에요. 저는 아프리카에 있는 그 아이를 어느 한 공간에서 가져와서 갤러리라는 곳에 옮겨 두었어요. 이 아이가 왜 손바닥을 보고 있냐면 원래 자기가 있던 마을에서 그렇게 앉아 있을 때는 아무도 그 아이를 (연민의 눈빛으로) 보지 않았는데 이 아이가 갤러리라는 공간에 앉아 있으니까 사람들이 ‘마니라투’를 연민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그런 눈빛을 이 아이는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왜 나를 이렇게 쳐다보지?’ 라고 혼자 생각하는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Monologue] 본인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나요?

저는 몸은 바빠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원체 예민한 사람이라 (여유가 없으면) 스스로 예민하다고 생각할 때는 사람도 잘 안 만나려고 해요. 실수하니까요. 성격도 약간 세서 직설적으로 말하고 그러니까 단단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잘 안 되지만요. (웃음)

[Fade out] 인터뷰 소감 말씀해주세요

저는 이런 기회에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나쁜 생각도 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당연히 나쁜 영향도 끼칠 수 있는데… 그래도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인생을 사는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이런 애도 있구나’ 생각하며, 대리 만족을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사람들도 다 결국에는 예술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술을 해야 인생이 좀 윤택해지거든요. 이거는 해본 사람은 알아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죽은 시인의 사회>에 보면 그런 얘기들이 나오잖아요. 예술은 정말 예술의 역할이 있어요. (웃음) 돈은 안 되지만요. 하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하는 아티스트가 될 거예요. 저는 죽기 전까지 예술을 할 거예요.

 

그가 사랑하는 영화인 피터 위어의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 안에서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말한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길을 가거라” 작가 최기훈은 인터뷰를 끝마치며 죽기 전까지 예술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는 존 키팅의 대사와 같이 그 누구의 걸음이 아닌 오롯이 자기만의 걸음으로 살아가는 예술가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순수하고도 뜨거운 열정을 담아 작가 최기훈만의 ‘Cavism’을 구축하였다. 그가 오랫동안 만든 동굴 속에 입장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