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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음악 이야기

비츠 바이 닥터드레(Beats by Dr. Dre)가 지난 5월 14일 강남에 위치한 벨벳 스튜디오에서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는 프로듀싱 과정을 소개하는 스튜디오 세션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비츠 바이 닥터드레의 회장 루크우드(Luke Wood)와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Tablo), DJ 투컷(Tukutz)을 만났다. 세 사람은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들이 각각 선정한 여섯 곡을 통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프로듀싱 세션이 끝난 뒤 그들의 ‘음악’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만나서 반갑다. 소개 부탁한다.
루크 우드 반갑다. 비츠 바이 닥터드레(이하 비츠)의 회장인 루크 우드다. 한국에 매번 올 때마다 먼저 에픽하이에게 연락했는데, 그들이 항상 바빠서 거절당했다.(전원 웃음) 이번 세션을 함께 진행할 수 있어 기쁘고 반갑다.
타블로 고맙게도 루크가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LA에 가면 루크가 해외 다른 곳에 있어서 못 만났고, 루크가 한국에 있을 땐 우리가 바빠서 못 만났다. 이번 세션은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시간이라 생각한다.
DJ 투컷 나는 정말 안 바빴다.(전원 웃음) 만나서 반갑다.

 

이번 스튜디오 세션을 진행한 이유와 특별히 래퍼 타블로와 DJ 투컷과 함께 진행한 이유가 궁금한데?
루크 우드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잘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는지 대중들이 이해한다면 하나의 곡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풍부하게 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세션에 대한 구상은 작년 6월부터 계획한 것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시간이 잘 맞아 이번 세션을 진행할 수 있었다.

DJ 투컷 <BORN HATER>는 여러 명이 참여한 단체 힙합곡을 만들고 싶었을 때 만든 곡이다. 곡의 시작을 알리는 베이스라인을 매력적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밋밋한 베이스라인을 올드스쿨한 느낌으로 변화를 준 곡이다.
타블로 곡 중간중간 카우벨, 즉 방울 소리가 나는데 듣는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부분이겠지만, 심혈을 기울여 넣은 부분이다. (웃음) 곡 진행 중 몇 번 나오지 않지만 이 소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타블로 <빈차>를 만들 땐 오혁의 목소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 자체를 하나의 ‘악기’라고 생각했다.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트링’ 즉, 현 편곡에 집중했다. 다른 뮤지션들은 작곡, 작사, 편곡을 각각 다른 사람이 맡기도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그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제작하기 때문에 한 곡을 만들 때 보컬과 멜로디, 편곡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지를 꼼꼼히 살핀다.
DJ 투컷 하나의 곡을 만들 때 소리에만 집중하기보단 시각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만든다. <Here come the Regrets>은 2012년에 우울한 시기에 만들어 놨던 곡이 2015년 미국의 레코드 레이블 ‘Good Music’과 송 캠프를 거치며 완성된 곡이다. 처음 만들 땐 우울한 분위기에 랩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하이의 보컬이 들어가 새로운 곡으로 탄생했다.

이번 세션이 타블로와 DJ 투컷에게 어떤 의미인가?
타블로 우리는 음악의 팬인 동시에 어쩌다 보니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이다. 물론 우리도 음악을 만들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는지도 항상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오늘 루크가 들려준 것은 음악을 하며 동경해 왔던 뮤지션들이 작업하고 남긴 흔적을 보는 기회였다. 만약 내게 돈 내고 들으라고 했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이 세션을 들을 만큼 의미 있고, 크게 감명받은 시간이었다.

 

비츠에게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는 어떤 의미인가?
루크 우드 비츠에게는 그 두 가지가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로서 바라본다. 출발 자체가 지미 아이오빈은 스물세 살 때 존 레논(John Lennon)과 함께 음악을 시작했고, 닥터드레는 사운드의 선구자다. 나는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며 20년 경력의 음악 산업에 종사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쉴 때 레코딩 스튜디오에 있는 걸 좋아하고, 그곳이 나의 안식처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싱에 영감을 주는 요소는?
타블로 개인적인 음악을 만들 때는 나의 딸 하루가 매우 큰 영감을 준다. 딸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연히 뻔한 대답처럼 들리겠지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가 여덟, 아홉 살이다. 그 친구에게는 모든 게 새롭다. 어른이 되면서 사물을 보는 시선이 둔해지기 마련인데, 모든 걸 새롭게 보는 그 친구 덕분에 영감이 많이 생긴다.

 

뮤지션에게 있어 비츠는 어떤 장비인가?
DJ 투컷 최근 그동안 썼던 모든 장비들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비츠가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뮤지션들이 갖고 싶고, 선망하는 장비가 바로 비츠다.
타블로 두 가지 제품이 나왔을 때 가장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는 아이팟이 나왔을 때였고, 두 번째는 비츠가 나왔을 때였다.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모든 이들이 조던을 갖고 싶어 하듯이, 비츠가 나왔을 때 매우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음악을 별로 안 듣던 친구들조차 헤드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이 헤드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늘었다고 생각한다. 비츠가 진지하게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뮤지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비츠 제품 중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
타블로 비츠의 블루투스 스피커 필 플러스(Beats Pill Plus)를 추천한다. 나는 실험을 한 번 해봤다. 일하러 나가면 음악을 계속 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언젠가부터 버릇이 돼서 집에서는 일부러 음악을 안 듣게 되더라.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어렸을 때는 매일 노래를 틀어놓았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2012년 처음 샀던 비츠 필을 다시 꺼내 집에서 계속 음악을 틀었다. 그렇게 일주일 시간을 보냈더니 매일 똑같던 삶이 달라지더라. 음악을 틀어놓으면 삶의 질이 분명히 높아진다.
루크 우드 비츠의 필은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에 비해 무거운데, 그 이유가 유일하게 ‘액티브 투웨이 크로스 오버’ 시스템이 적용됐다.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엔 들어가지 않는 전문가급의 오디오 부속품인데, 액티브 투웨이 크로스 오버 시스템은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들려준다.

비츠하면 힙합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루크우드가 본 한국의 힙합은 어떤가?
루크 우드 힙합 음악을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힙합은 저마다 고유의 목소리가 있는 듯한데 쇼미더머니나,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도 힙합적인 요소, 즉 랩이 들어가 있다. 일본, 한국이 각각 표현의 방식은 다르지만 본래 힙합에 대한 존중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를 어떻게 만드는지 힙합의 기원이 어딘지 등 문화가 태어난 그 기원에 대해 먼저 이해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국적인 고유의 힙합을 만들어 낸다. 힙합에 오리지널이란 건 없다.

뮤지션 혹은 프로듀서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다큐멘터리가 있나?
타블로 무조건, 이건 꼭 봐야 한다. 나는 8번 정도를 다시 보고 또다시 봤다. 루크가 거기서 나와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비트의 승부사들>은 꼭 봐야 한다.(전원 웃음)  모든 장르와 문화, 음악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이기에 어느 누가 봐도 유익할 다큐멘터리다. 또한, 메시지가 정말 좋은데, ‘Go against the grain’, ‘You don’t have to always follow the rule’과 같은 교훈뿐만 아니라 ‘성공’이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나는 스스로 게을러졌다고 생각할 때면 넷플릭스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쯤 틀어 본다.
루크 우드 앨런 휴즈(Allen Hughes)가 감독한 작품이 바로 <비트의 승부사들>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들의 성공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다’와 같이 어떤 분야가 됐던 다큐멘터리가 주는 교훈은 새겨들을만하다.
DJ 투컷 풍부한 인풋이 있어야 풍부한 아웃풋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뉴스든 다큐멘터리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EDITOR 이보영
PHOTO 윤형민, 강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