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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걷는 대한민국의 모델

AHN JAE HYUNG

 

자신을 소개해달라. 고스트 소속 모델 안재형이다. 해외에서는 파리, 런던, 밀라노, 뉴욕 모두 IMG 모델 소속이다. 2020S/S 런던 아이스버그 컬렉션을 시작으로 엠포리오 아르마니, 지방시, 톰 브라운 등 10개의 컬렉션을 통해 데뷔했다.

 

기억에 남는 도시와 컬렉션이 있다면. 파리 패션위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파리에서 캐스팅을 다닐때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한 번은 캐스팅 콜에 여유가 생겨 공원에 앉아 노래를 듣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샌드위치를 나눠주더라. 그렇게 친구가 되기도 하는 도시다. 기억에 남는 컬렉션은 20F/W 릭 오웬스 쇼. 특유의 예술적인 무드가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기대하지 않았거든. 긴 여자 가발을 쓰고 쇼를 섰고 나중에 사진이 나왔는데 처녀귀신이 따로 없더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댓글이 너무 웃겨서 보관함으로 보냈다.(웃음)

 

요즘은 해외 컬렉션에서 한국의 모델을 만나는 일이 이전보다는 잦은 것 같다. 해외에서는 정말 아시안끼리의 경쟁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시아인이 다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할 거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끼리도 경쟁이 존재한다. 특히 발맹 쇼에서 한국인은 없고 중국, 일본인 친구들만 많아서 아쉬웠다. 아무리 한국 모델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해도 우리끼리는 더 응원해 주고 서로 이끌어주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모델보다 더 비중이 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도 자리를 꾸준히 지켜나가고 싶다.

해외에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아시안 중에서도 큰 키와 찢어진 눈매, 높이 올라간 눈썹, 깔끔하게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이지 않을까. 그리고 브랜드 분석이 정말 중요하다. 캐스팅 오디션 목록이 나오면 각 브랜드의 3년 전 시즌 컬렉션 유튜브 영상과 룩북, 캠페인을 모두 확인한다. 마치 기출문제처럼. 브랜드마다 원하는 워킹과 무드가 다르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맞춰야 한다. 그래도 자기만의 아우라가 가장 중요하다. 조거 팬츠를 입고 오디션에 참석하는 모델도 많은데 결국 브랜드와맞으면 캐스팅되기 때문에.

 

컬렉션 위시리스트는. 하이더 아커만. 컬렉션 자체의 무드도 멋지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결이 맞기 때문이다. 뮤즈인 배우 틸다 스윈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머리를 올백으로 하고 다니는 것도 그의 영향이 크다. 그만큼 좋아하는 브랜드다. 최근 시즌에 피팅까지 갔는데 아쉽게 떨어졌다. 다음 시즌에는 캠페인까지 모두 하고 싶다.

 

앞으로 다른 계획이 있다면. 모델만을 직업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비시즌에는 시간이 많아 요즘은 액세서리 공부를 하고 있다. 나만의 브랜드를 런칭하는게 목표다. 액세서리는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브랜드는 디자인적으로 아티스틱 했으면 좋겠고 나만의 철학과 신념을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으면 한다.

LEE MIN SEOK

 

자신을 소개해달라. 고스트 소속 모델 이민석이다. 현재 중국과 밀란, 파리에 에이전시가 있다. 첫 데뷔 컬렉션은 2019F/W 에르메네질도 제냐.

 

어떻게 모델을 하게 됐나. 학창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는데 사실 그때는 꿈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보다 키가 큰 편이라 단순하게 모델을 꿈꿨고 중국에도 한국처럼 모델 아카데미가 있어서 다니게 됐다. 아카데미를 통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 모델 대회에 나갔는데 2등으로 입상했다. 그렇게 중국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중국에서만 2년 정도 일했다.

 

대부분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고 해외로 진출하는데 이민석은 반대의 경우인 것 같다.
해외 진출은 중국 에이전시 대표님이 제안했다. 처음에는 해외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아시안 모델과 비교했을 때 그들 특유의 카리스마가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제안을 받고 나니 언젠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나갔는데,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첫 시즌을 보내고 휴식을 위해 잠깐 한국에 왔는데 그 기간에 한국의 여러 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고스트와 계약한 이유는 오롯이 대표님 때문이다. 우선 다른 회사는 대표님까지 만나지도 못했지만 고스트 대표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니 고스트 특유의 패밀리 쉽이 좋았다. 나는 비즈니스적으로 대하면 일하기 싫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컬렉션은. 데뷔 컬렉션인 에르메네질도 제냐. 원래 첫 시즌은 파리에서만 머물 계획이었다. 마침 제냐의 캐스팅 콜이 파리에서 열렸지만 컬렉션은 밀라노에서 열리지 않나.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직접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큰 기대는 없었다. 결국 제냐에서 밀라노로 오라며 호텔과 비행기를 모두 마련해 준다고 연락이 왔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피팅을 마치고 다음날 컬렉션 장소로 갔는데 내 사진이 가장 앞에 있었다. 그날 오프닝과 클로징을 모두 내가 했다. 첫 시즌인데 굉장히 감사한 경험이다.

 

해외에서 일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매력은.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디자이너가 공통적으로 ‘귀엽다, 예쁘다’라고 말하더라. 내가 남성적인 이미지는 아니니까. 기존 아시안 모델들 특유의 카리스마와는 다른 이미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아시아를 대표하는 모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의 허 총. 아시아 대표라는 수식어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컬렉션 혹은 캠페인 위시리스트는. 킴 존스의 디올. 스트릿 무드를 입은 디올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디올 로고 플레이도 멋지고. 스트릿 패션은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점점 빠져든다. 특히 다크한 테크웨어.

 

본인이 어떤 모델로 대중에게 기억되길 바라나. 배우를 생각하는 모델이 많은데 나는 아직 생각이 없다. 모델로서 성공하고 싶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 그 영향력을 발휘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 하물며 방송에 나가더라도 모델 이민석이고 싶다.

LEE SEUNG CHAN

 

자신을 소개해달라. YG K+ 소속 모델 이승찬이다. 런던과 밀라노, 파리, 뉴욕, LA 각 도시에 에이전시가 있다. 2020S/S 런던 패션위크 브랜드 키코 코스타디노브로 데뷔했다. 한국에서 데뷔는 2015년에 했는데 거의 바로 군 입대를 했다. 본격적으로는 2019년 1월부터 활동했고 상업적인 작업이 아니어도 개인 작업도 많이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도시와 컬렉션. 파리. 여름의 파리는 환상적이다. 그리고 7월 14일이 내 생일인데 파리에서는 혁명의 날 행사를 여는 날이기도 하다. 이때 즐겼던 행사는 절대 잊지 못한다. 컬렉션은 모두 생생히 기억난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내 착장들과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웃음) 그래도 몇 가지만 꼽는다면 20S/S는 펜디, 20F/W 시즌은 라프 시몬스와 루이비통.

 

해외에서 한국 모델로서 일한다는 것은. 먼저 해외에 진출한 한국 모델 선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선배들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길을 편하게 걷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나라를 더욱 알리고 싶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인 모델의 강점이 있다면. 워킹. 우리나라는 전문적인 아카데미에서 워킹을 배우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마도 해외 캐스팅 디렉터들도 한국 모델들이 워킹을 잘한다고 알고 있는 듯하다. 유럽의 모델들은 워킹을 배운다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해외 무대에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나이에 비해 어린 이미지와 하얀 피부.(웃음) 도화지 같은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어떤 브랜드 이미지에도 쉽게 맞출 수 있는.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늘 웃으면서 다가간다.

 

컬렉션 혹은 캠페인 위시리스트는. 디올. 그리고 한국인 남자 최초로 샤넬 컬렉션에 오르는 것.

인스타그램 피드에 2019년의 목표에 관해 올린 게시물이 인상적이다. (2019년 7월 19일 자 업로드 게시물. 이승찬은 손글씨로 2019년 목표를 2020S/S 해외 컬렉션이라고 적었고 14개의 컬렉션에 올랐다.)올릴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웃음) 그래도 열심히 했고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해 뿌듯하다.

 

2020년 목표의 가장 큰 글씨는 무엇일까.
models.com “The Hot List”에 드는 것. 런웨이 1등도 하고 싶다.

 

모델 이승찬 말고 사람 이승찬의 목표가 있다면. 초심을 잃지말고 나를 믿고 나아가자. 예전에는 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스스로를 사랑하게 됐다.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나아가겠다.

Editor 이현직
Photographer 윤형민
Hair/Make up 김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