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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_ REST IN PRIDE #2 : BEEN TRILL

하룻밤 사이에 등장해 패션 씬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영향력을 끼쳤던 브랜드.  (필자 또한 그 당시 너무나 좋아했고, 필자의 패션 정체성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하이엔드 패션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합친 새로운 스타일의 스트리트웨어를 대중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빈트릴. 2023년 지금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씬에 존재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빈트릴이 몰락한 이유와 현재 그들의 모습을 함께 만나보자.

브랜드의 시작 

빈트릴은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헤론 프레스톤(Heron Preston), 매튜 윌리엄스(Matthew Williams), 저스틴 손더스(Justin Saunders), 플로렌시아 갈라르사(Florenica Galarza), YWP로 이루어진 DJ 크루로 시작됐다. 그들은 처음에 진지하지 않고 즐기는 목적으로 로고가 프린팅된 티셔츠와 모자를 만들었지만 후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0년 공식적으로 브랜드가 런칭되었고, 빈트릴은 실험적인 사운드, 혁신 및 기술을 통해 융합된 현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빈트릴에서 ‘BEEN’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무언가에 도달한 것을 의미하고 ‘TRILL’은 True와 Real의 합성어로 힙합 문화에서 자주 쓰이며 굉장함, 멋짐, 리스펙을 받는 사람 등으로 통용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빈트릴의 멤버들은 개개인 하나하나가 이미 패션, 예술, 음악 씬에서 인지도가 있었다. 빈트릴은 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칸예, 드레이크, 빅션, 리한나, 에이삽 라키 등 유명인들의 제품 착용 사진을 그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보했다. 당시 페이스북 다음으로 급부상했던 인스타그램이나 텀블러 같은 소셜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은 성공적이었고, 이는 대중들의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수많은 지지자를 얻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인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였다.

자연스럽게 대규모 팬층을 확보한 빈트릴은 특별할 게 없고 평균적인 의류 퀄리티임에도 불구하고 ‘rocky horror picture’ 폰트와 빈트릴 단어 하나만으로 빈트릴의 티셔츠와 스냅백은 빠르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과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지속되는 로고 플레이와 변화 없는 제품과 디자인은 결국 독점성과 독창성을 잃음과 동시에 고객을 잃어 나갔다. (제대로 된 시즌 풀 컬렉션조차 없었다.)

에이삽 라키의 디스 

한창 빈트릴이 잘 나가고 있을 때, 에이삽 라키가 [Multiply] 음원을 통해 빈트릴을 디스했다. 영상의 1분 6초 – 1분 15초 약 10초 간 빈트릴에 대해 언급한다. ‘I ain’t really fuckin’ with that Been Trill.
Swear them niggas booty like Tip Drill. Nah I ain’t really into throwin’ shots, but these mothafuckas better give me my props.’ 해석하면 ‘난 이제 빈트릴이랑 상종 안 해, 그 쓰레기들은 몸매는 매력적이지만 얼굴이 별로인 여자같아. 나는 총 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이 개자식들은 좋은 말할 때 리스펙을 보여야 할걸?’이며, 꽤 과격하게 빈트릴을 언급하며 비난했다. 에이삽 라키는 당시 인터뷰에서 브랜드의 부흥은 자신 덕에 이루어진 것인데 이에 대해 합당한 보상도 없고 사전 동의 없이 그저 자신을 이용해 수익화하는 것에 대해 혐오감이 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디스 직후 24시간도 채 안 돼서 헤론 프레스톤은 에이셉 라키의 뮤비 속 빈트릴 디스 장면이 인쇄된 티셔츠를 50달러 판매했다.

빈트릴 매각

2015년 빈트릴은 팍썬(PACSUN)에 브랜드를 매각했고 멤버들은 그들 개개인의 프로젝트로 발을 옮겼고 브랜드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매각된 후에도 빈트릴은 버드와이, 코카콜라 등 대형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꾸준히 컬렉션을 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빈트릴은 매각 전과 다르게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가격 또한 전보다 낮아졌다. 그 시점에서 빈트릴은 가치를 잃고 멋지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빈트릴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2018년 이후부터 중국과 한국에 온, 오프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빈트릴 멤버들의 소식

브랜드 창립 멤버들은 빈트릴 이후에도 성공적인 경력을 쌓으며 패션, 음악 및 예술계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 버질 아블로

그는 파이렉스 비전을 만든 후 오프화이트를 런칭, 후에는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역임했지만 결국 건강의 문제로 세상을 떠났다. R.I.P Virgil with much respect.

헤론 프레스톤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런칭했고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 그리고 기업과도 협력을 진행했다. 나이키에서 멀티미디어 프로듀서로도 일했으며, 칸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그는 여전히 혁신적인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컬렉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저스틴 손더스

현재 JJJ자운드 디렉터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멀한 미학을 강조하며, 리바이스, 뉴발란스, 아페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협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튜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와 레이디 가가의 크리에이티브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자신의 브랜드 ‘1017 ALYX 9SM’을 런칭했고, 후에는 지방시 하우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필두로 디올, 나이키, 몽클레르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브랜드 24SS를 패션위크에서 공개했다.

플로렌시아 갈라르사

유일한 여성 멤버로 패션업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및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노아, 키스,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에서 일했으며, 후에 DE LA GARCIA 라는 스트릿웨어 브랜드를 공동 설립했다. 원래 운동을 했었던 그녀는 현재 축구 및 스포츠와 관련된 일도 병행하고 있다.

YWP

처음부터 베일에 싸여진 인물이며 정체에 대해 많이 알려진 바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칸예 웨스트이고 YWP는 YEEZY WORLD PEACE의 약자라고 추측한다. 그룹의 명예 회원 느낌이랄까? 그의 근황은 모두가 잘 알 것으로 생각되며, 따로 설명은 덧붙이지 않겠다.

남은 것 그리고 현재

빈트릴은 스트리트웨어와 창의성에 열정을 가진 생각을 가진 개인이 모인 집단이었다고 본다. 5명의 인원이 DJ 크루로 시작하고 예상과는 다르게 의류 상품 판매를 시작했고 셀럽 인맥들을 이용한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했다.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 최초의 패션 브랜드 중 하나였고 빈트릴을 선두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패션 업계의 표준 관행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미래를 형성했고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는데 있어서 확실히 많은 업적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리 길진 않았지만 패션 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 중 하나를 만들었다. 결국 빈트릴은 그들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고 더 자유롭게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빈트릴은 월드와이드브랜즈에서 운영하며 국내에 2019년 이후 런칭됐다. 처음에 필자는 빈트릴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리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작은 기대감을 품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코리아 라이센스 판권으로 만들어진 국내 업체가 빈트릴 이름을 사용해 의류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었고, 예전의 스트리트무드는 당연히 없었고 코리아 라이센스에 잠식당해 상업화가 돼버렸다.

빈트릴의 본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한국에서 찍은 룩북이 업로드되었는데 해외 댓글 반응은 썩 좋지 않다.

LF몰, 무신사 및 백화점 등에 입점된 그들의 컬렉션은 전형적인 한국 10대 룩으로 비춰진다. 네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코닥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의 변질. 현재 빈트릴 코리아는 버질 아블로와 매튜 윌리엄스의 이름을 사용해 마치 기존 오리지널 빈트릴을 자신의 브랜드인 마냥 설명한다. 브랜드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버질 아블로와 같은 이름에 혹해 해외 유명 브랜드인가 하는 착각과 함께 구매한다. 이러한 행보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빈트릴 코리아가 법을 어기거나 무언가를 잘 못했다는 건 절대 아님을 밝힌다. 그저 예전과 너무 달라진 브랜드 무드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울 뿐. #RIP BEEN TR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