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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M #1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지고, 나와 전혀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그 누구인지도 모르는 랜덤한 사람들의 랜덤한 주제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동혁 l 30대 어딘가 l 에디터 l @hyeok_sin

 

TERG BY HELINOX 샤코슈

 

나는 바지 주머니가 물건들로 불룩해지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또 그렇다고 가방을 메는 것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냐? 그래서 고민 끝에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크기의 가방을 구매하는 것으로 스스로 타협을 봤다. 얇은 가방 줄과 너무나 가벼운 무게, 뛰어난 내구성이 나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그렇게 나와 함께 한지 어느덧 4년이 됐고 립밤, 이어폰, 지갑, 이클립스, 향수, 핸드크림, USB 등 나의 물건들을 항상 안전하게 품어주고 있다.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가 돼버린 이 녀석은 이제 여기저기 헤져 구멍이 뚫리고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는 보내줄 마음이 없다. 찢어져서 안에 든 소지품이 보일 떄까지 나와 함께할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과 미련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나를 아는 누군가 이걸 보고 있다면 내년 나의 생일 선물로 조그만 가방 선물을 추천한다.) 

이주희 l 2000년생 l 에디터 l @to.yourocean

 

두통약

 

현대인에게, 특히 나 자신에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인 두통약이다. 본인의 별명은 유리 인간으로, 어렸을 때부터 주로 신경이 곤두서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생기는 두통때문에 타이레놀 복용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혹여나 여러 사유로 나처럼 진통제를 자주 먹어 내성이 생긴 것 같다면, 왕십리역 6번 출구 약국 약사님이 추천해 주신 ‘타나센’을 추천한다.(광고 아님.) 두통이 금세 없어지고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을 얻게 될 것이다.

오창문 l 1987년생 l 스트릿매거진 대표 l @window9350

 

시계와 반지

 

내 인생의 외출은 이것이 없던 시절과 있던 시절로 나뉜다. 누군가는 예물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비싼 족쇄라고 부르는 이 시계와 반지는 어느새 내 몸의 일부처럼 스며들었다. 시계도 반지도 거추장스럽게 생각했던 총각 시절과 달리, 지금은 내 몸에 달라붙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강박감이 생길 정도다.

 

핸드폰을 챙기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은 뒤, 외출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감, 책임감, 사명감 등등 종합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장착하는 기분이랄까?

홍성모 l 적당한 나이 l 편집장 l @hhhsssmmm__

 

명함 케이스

 

예전에 첫 매거진 회사에서 명품 카드 지갑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사실 나의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였고, 명함을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건 카드 지갑으로 쓰다 처분했고, 현재 쓰는 물건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서 쓰고 있다. 예전엔 스티커 같은 걸 붙여서 끼 좀 부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순정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깔끔하고 심플하고 좋은가. (단점이라면 겨울엔 많이 차갑긴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른이 됐다는 상징적인 물건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명함 케이스가 가장 명확하게 ‘어른’임을 보여주는 물건 같다. 사회생활을 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들과 첫 만남에서 주는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작은 물건일 수 있지만 일하는 에티튜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깔끔한 상태를 관리한다. 특히 우리 업계는 사람이 재산인 분야이고,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니까 대비하는 거지..

김채원 l 199X년생 l 에디터 l @chaeniiii__

 

바세린

 

나는 굉장히 건조한 사람이라 입술이 자주 트는 편이다. 그래서 자주 발라주는 제품이 있는데 바세린이다. 보습 효과가 좋아 촉촉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이 들기까지 약 10회 정도 발라준다. 겨울철에는 피부가 잘 트기 때문에 화장을 시작하기 전에 얇게 펴 발라주기도 한다. 여러 가지 립밤 제품을 사용해 봤지만 나에게 잘 맞는 건 아무래도 바세린만 한 게 없다. 화장대, 사무실 책상 등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늘 바세린이 있어야 한다. 늘 나와 함께 해주는 고마운 존재.

주동원 l 1991년생 l 에디터 l @dongwonxx

 

집 열쇠와 열쇠고리들.

 

어린 시절 유독 열쇠를 자주 잃어버렸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잃어버린다. 열쇠를 잃어버리면 집을 못 들어가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열쇠고리엔 카라비너를 달아 항상 몸에 휴대한다. 카라비너엔 에그슬럿 호텔 키링, SNKRS 핸드폰 받침, ABC 나이키 에어 키링 그리고 첫 일본 여행 때 구매한 핑크팬더 키링 등이 항상 내 집 열쇠와 함께한다. 카라비너에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대신 현관에 도어락을 달 수도 있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불편함을 즐기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