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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M #2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지고, 나와 전혀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그 누구인지도 모르는 랜덤한 사람들의 랜덤한 주제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보라 / 30대 초반 / 바 매니저 / @v_vw_w

 

매운 물냉면

 

평소에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숙취에 지배당한 날이면 더욱이 매운 음식이 당긴다. 매운 떡볶이, 매운 김치찌개, 매운 카레··. 그중에서도 해장을 위해 생겨난 게 틀림없는 매운 물냉면은 지난날의 숙취를 싹 가시게 해준다. 리뷰 후기를 약속하면 서비스로 주는 갈비만두 두 피스도 놓칠 수 없다. 냉면 육수로 세척 단계 들어가고 갈비만두를 욱여넣어 간밤의 숙취를 꾹꾹 눌러 내린다. 이 코스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더 완벽한 해장을 원한다면 둥실한 배 안고서 한숨 자길 추천하는  바. 오늘의 숙취를 내일로 미룰 수 없기에 나는 오늘도 배달 앱을 켜고선 매운 물냉면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매운 다대기 많이 넣어주심 감사합니다.’도 잊지 않고서 말이다.

김현호 / 29세 / 드러머 / @10.26h

 

차가운 파워에이드

 

올해도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고 어느덧 연말이 되었다. 연말 그리고 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 나의 동반자 ‘술’. 이 녀석과 함께한 지도 참 오래되었다. 기쁜 날 더욱 기쁘게, 슬픈 날 더욱 슬프게 만들어 준다. 오늘도 나는 술과 함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전날 술과 너무 돈독한 밤을 보낸 나에게 자책을 묻는다. 그리고는 쓰라린 속을 달래기 위해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나의 생명수 파워에이드를 꺼낸다. 파워에이드를 마시는 순간 속은 편안해졌고 나는 또 생각한다. “오늘도 마실 수 있겠는데?” 고마워요, 파워에이드!

장승훈 l GUESS l 정글러 l @_typhoidfvr

 

달리기

 

술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한결같이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움직여서 땀을 빼는 것이다. 술을 물 먹듯이 먹으니 결국 술도 물이고 땀도 물. 그러니까 땀을 빼면 몸 속 녹아든 술도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는 러닝을 통해 해장한다. 이걸 보고 있는 당신도 숙취가 심하다면 일단 나가서 뛰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잔 하자는 친구의 연락에 “오늘 먹으면 내가 개다.”라고 답하며 빼는 척 하겠지만 곧 이어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나 스스로 이미 명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말하겠지. “그래서 어딘데? 월월”

김신웅 / 30대 초반 / 상도동 돌주먹 / @rockpunch_1zzang

 

집에 있는 라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정치인들처럼 아주 참된 말을 뻔뻔하게 내뱉으며 전날 마신 술을 생각하니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몸을 도저히 가눌 수 없고 무언가 먹어서 해장할 수도 없을 만큼 숙취가 심하다. 멍한 상태로 저녁 8시까지 시체마냥 침대에 누워있자니 슬슬 배가 고파지고 그제서야 어제 술 먹느라 돈을 많이 썼으니, 오늘은 절약해야지 하면서 집에 있는 아무 봉지라면을 찾고 물을 올려본다. 30대가 되니 절약에 대한 기준이 참 신기해졌다. 면, 스프를 탈탈 털어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조금은 사치스럽게 계란 하나를 풀어주면 완성. 잘 넘어가는 라면.. 찾았다 내 행복.. 밥까지 말아 알찬 코스를 끝마치고 살찌면 안 되니까 제로 콜라로 마무리. 깔끔하게 사라져 버린 주말이지만 해장만은 잘했다고 느낀다.

김성미 | 30세 | 무직을 희망하는 매장 스탭 | @ss_mi_mi

 

육개장 사발면 작은 컵 (feat. 김밥 & 차가운 물)

 

내가 해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숙취가 거의 없는 편이라 다양하게 해장이 가능한 부분인 거 같은데 내가 자주 하는 해장이 어떤 것인지 진정으로 알아보기 위해 어제 술 한잔을 기울여 봤다.

 

나에게 최고의 해장은 잠이긴 하나 평상시에 숙취가 별로 없는 것과 출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술 마신 다음 날의 허함이 더 중요하다. 도착하는 지하철역 편의점에 들려 육개장 사발면(물론 작은 컵)을 하나 집어 들고는 김밥과 샌드위치 앞에서 고민을 해본다. 육개장의 영혼의 메이트로 누굴 정해줄지 말이다. 고민 끝에 오늘은 ‘스팸 볶음김치참치밥바’를 선택했다. 여기에 시원한 물을 마시기 위한 얼음컵은 필수다. 숙취가 평소보다 심하다면 포카리스웨트도 같이.

 

아무도 없는 매장에 도착해 휴게실을 들어서자마자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것을 기다리며 스팸 볶음김치참치 밥바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으로 해장을 시작해 본다. 두 입 정도로 속을 달래주면서 육개장에 물을 부어 본격적으로 해장을 시작한다. 그 날의 해장은 이렇게 시작되어 저녁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잠을 이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