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 속 패션과 스니커즈
영화는 우리 인생과 정말 가깝다. 많은 사람이 취미로 영화 관람을 1순위로 뽑으며, 우리는 데이트코스로 영화관을 빼놓지 않는다. 한국인 극장 관람 횟수는 전 세계 평균 2배 이상이며, 세계 유명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위해 직접 찾아오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이제 영화는 단순히 영상을 기반으로 한 취미 생활을 넘어서 여러 산업과 문화가 연계된 광범위한 종합예술이 된 듯 하다.
영화는 패션이라는 소재와도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란 듯이 패션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을뿐더러, 스타일과 의상이 어떠한 캐릭터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거나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트릿풋 구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영화와 패션 아이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제법 재미있는.
‘슈프림(Supreme) with 스카페이스(Scarface), 첩혈쌍웅(The Killers)’
협업의 제왕 슈프림은 아티스트, 브랜드뿐만 아니라 영화와의 협업 아닌 협업(?)도 보여준다. 슈프림은 2017년 세계적인 느와르 영화 ‘스카페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컬렉션을 진행한 바 있다.
‘스카페이스’라는 영화는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토니 몬타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접시닦이에서 마약 범죄조직 보스가 되기까지의 삶을 그렸다. 유명한 범죄게임 ‘GTA 시리즈’에 큰 영향을 줬으며, 알파치노의 연기는 가히 대단하다. 오늘날까지도 세기의 걸작을 뽑을 때 꼭 언급되는 영화다.
협업 제품군들은 명배우 ‘알파치노(Al Pacino)’가 연기한 ‘토니 몬타나(Tony Montana)’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활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Say hello to my little friend!’라는 명대사를 외치며 바주카포를 쏘는 명장면이 프린팅 된 후드, 영화 속 토니 몬타나의 성공과 몰락을 동시에 나타내는 문구인 ‘THE WORLD IS YOURS’이 담긴 티셔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슈프림 홍콩 느와르 영화인 ‘첩혈쌍웅’에 경의를 표하는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1989년 개봉한 주윤발 주연의 ‘첩혈쌍웅’은 당시에 보기 힘든 촬영 기법과 실감나는 총격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킬러와 형사가 위험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첩혈쌍웅의 영문 제목인 ‘THE KILLER’라는 문구가 특징이다. 각종 영화 대사와 장면이 프린팅된 M-65 자켓, 후드, 롱슬리브 티셔츠, 포토 티셔츠, 스케이트보드 데크가 발매했다.
‘언더커버(Undercover)’ with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 ‘시계태엽오렌지(A Clockwork Orange)’
언더커버는 18f/w 컬렉션에서 ‘스탠리 큐브릭(Stanly Kubrick)’의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Space odyssey)’를 쇼에 녹였다. 언더커버의 수장 ‘준 타카하시(Jun Takahashi)‘가 영화 속 캐릭터와 비주얼에서 받은 영감들을 표현했으며, 큐브릭 감독에게 존경을 표하는 문구가 들어간 의류들이 인상적이다. 그는 처음에 이 영화를 20분 이상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을 보는 순간 완전한 영감을 얻었고, 쇼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컴퓨터의 싸움과 기계화에서 오는 불균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최근, 언더커버는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Valentino)’와 함께 또 한 번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소재로 한 쇼를 진행했다. 선정작은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였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폭력 장면 묘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영국에서는 감독의 요청으로 배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공식 상영되지 않았다. 쇼를 살펴보면, 모델들은 영화의 주인공 알렉스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의 인상착이와 유사한 가면과 중절모를 쓰고 등장한다. 또한, 알렉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프린트된 코치재킷, 후드 등을 선보였다. 발렌티노와 협업을 의미하는 ‘VU’가 적힌 다운자켓, 트랙슈트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VU 협업은 “시계태엽 오렌지”의 OST 중 하나인 “Singing in the Rain”과 함께 성대하게 마무리되었다.
영화 속 스니커즈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몇몇 신발들이 있다. 영화 제목 그대로 별칭이 생기기도 하며, 신발 때문에영화를 찾아 보는 이들도 있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이 아닌 발 끝 앵글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사실 만으로 그 비중은 상당했다. 대게 이런 신발들은 시대가 지나도 사랑을 받거나 시대가 지난 뒤 주목을 받기도 한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 – 코르테즈 (Nike Cortez)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에서 ‘나이키 코르테즈’를 기억 하는가? 이 코르테즈의 경우 영화 제목 그대로 ‘포레스트 검프’라는 별칭으로도 많이 불리는 중이며, 국내에선 지드래곤의 착용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는 운명의 여자 ‘제니’에게 이 신발을 선물 받는다. 그는 이 신발을 신고 미국 대륙을 횡단한다. ‘인생은 초콜렛 상자와 같아(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 영화.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다면 감상을 추천한다.
백투더퓨쳐2(Back to the Future, 1989) – 에어 맥(Air Mag)
영화 속 스니커즈 중 가장 유명한 신발은 ‘에어 맥(Air Mag)’이 아닐까? 에어 맥은 영화 ‘백투더퓨쳐2(Back to the Future)’에서 주인공이 신었던, 자동으로 끈이 채워지는 미래지향적 신발이다. ‘백투더퓨쳐2’는 1989년도 개봉작이며, 80년대의 시점으로 2015년을 내다본 영화이다. 영화에서 나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 자동으로 건조되는 옷 등은 아직까지 현실에서 볼 수 없지만, 나이키 에어 맥은 영화 속 배경인 2015년에 맞춰 실물로 구현되었다. 영화 촬영 당시 CG기술의 한계로 자동으로 끈을 채우는 장면을 연출하기 어려워, 직접 스탭들이 투명 실로 잡아 당겼다는 일화가 있으며, 영화에 나온 것과 동일하게 자동으로 끈이 채워지는 에어 맥은 1500켤레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다. 판매는 이베이 경매를 통해 진행 되었고, 경매 수익금은 파킨슨병 치료연구 재단에 전액 기부되었다.
스페이스 잼(Space Jam, 1996) – 에어 조던 11 (Air Jordan 11)
‘조던11’은 매니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조던 시리즈이다. 그 중에서도 콩코드와 함께 가장 인기가 좋은 모델은 ‘스페이스 잼(Space Jam)’이다. 이 ‘스페이스 잼’은 영화에서 비롯된 제품이며, 이름 역시 그대로 따왔다. 이 영화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주연으로 나오고, 유명 캐릭터인 ‘벅스바니(Bugs Bunny)’가 출연한다. 실사와 에니메이션이 결합한 영화이며,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프로 농구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 받는 마이클 조던을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여기서 마이클 조던은 극 중의 하이라이트인 농구 경기에서 ‘조던11 스페이스 잼’을 신고 나온다. 이 밖에도 조던2, 조던7, 조던9 모델이 등장한다.
똑바로 살아라 (Do the Right Thing,1989) – 에어조던 4(Air Jordan 4)
유명한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Spike lee)’의 작품인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에서도 조던이 등장한다. 극 중 주인공의 친구 버긴 아웃(Buggin’ Out)이 조던4 시멘트를 구입하고 처음 신는 날, 어떤 백인이 그의 신발을 밟고 지나간다. 이 장면은 인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영화 전체적 줄거리를 함축하고 있다. 영화 속 신발은 씬 그대로 나온 밝힌 자국과 신발 끈까지 완벽히 구현되어 실제 모델로 판매되기도 하였다.
킬빌(Kill bill, 2014) – 오니츠카 타이거 타이치 (Onitsuka Tiger Taichi)
천재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대표작 ‘킬빌(Kill bill)’에도 신발 이야기가 숨어있다. 바로 ‘오니츠카 타이거’의 ‘타이치(Taichi)’가 바로 그 주인공. 이소룡 ‘사망유희’ 도복을 오마쥬한 우마 서먼의 트레이닝복 세트와 똑같은 블랙과 옐로우 컬러의 조합이 특징이며, ‘오니츠카 타이거’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게 해준 모델이기도 하다. 극중 우마 서먼은 빌런 ‘고고 유바리’와의 대결에서 이 제품을 신고 등장한다. 여기서 재밌는 건 상대인 ‘고고 유바리’는 나이키의 허모사를 신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키와 오니츠키 타이거는 서로 법정 싸움까지 한 적 있는 앙숙 관계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런 스니커즈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영화에 ‘나이키vs오니츠카 타이거’의 대결 구도를 숨겨진 디테일로 추가한 것이라면, 그는 정말 대단한 천재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