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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OFF #4

Show off (vol4)   자랑거리를 수집하는 시간

 

‘Show-off’의 사전적 의미는 ‘으스대고 자랑하다’이지만 ‘Show-off’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 한정하여 암묵적 합의를 하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는가? 그럼 됐다, 에디터의 목적에 달성했다. 우리의 ‘Show-off’는 어쩌면 잘난 ‘척’에 근거를 보태 주기 위함이라는 점, 기억해주길 바란다.

 

여름 하면 공포, 공포 하면 여름! 여름을 대표하는 콘텐츠는 바로 공포 영화가 아닐까? 최근 극장가에 공포 영화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는 것만큼 서늘한 감정이 드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간혹 나도 모르게 비속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공포 영화를 볼 때,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아봐도 그 특유의 긴장감 때문에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는 날, 집안에 불을 다 꺼두고 어둠 속에서 애인과 함께 공포 영화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무서워하며) 너무 무섭다… 안 무서워?

애인       (피식 웃으며) 저거 다 거짓말이야. 촬영장 가면 스텝들이 앞에 서서 지켜보면서 웃고 있을 걸?

          그래도 나는 무섭던데…

애인       (귀여워하며) 에구, 귀여워! 공포 영화가 무서웠어요?

          응! (사이) 아, 맞다! 근데, 나 내일 출근 일찍 해야 해서 오늘은 일찍 집 가봐야 해.

애인       (손을 붙잡으며) 자… 자고 가면 안 되겠니?

          ?!

 

다음 소개하는 영화 중 과연 단 한 작품이라도 무섭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대는 강철 심장의 소유자이다. 인정한다!) 이번 편은 애인의 담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공포영화 여섯 작품을 선정했다. 과연 애인이 얼마만큼 겁이 없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기담>

우리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호러 옴니버스 영화 <기담>. 경성 최고의 의료기술이 갖춰진 ‘안생병원’, 동경 유학 중이던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이 부임하고 병원 원장 딸과의 정략결혼을 앞둔 의대 실습생 ‘정남’(진구)은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천재 의사 ‘수인’(이동규)과 함께 경성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저마다 비밀스런 사랑에 빠져든 이들은 점점 지독한 파멸의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한국 호러 영화 팬층에게 숨겨진 수작이라 알려진 작품이다.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호평이 자자하며 당시 <기담>을 관람하자는 응원의 댓글도 달렸다고 한다. 아울러 <방구석 1열> 프로그램에 정범식 감독이 출연하여 ‘한국문화진흥원에서 복구한 일제강점기 때의 영상 하나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라고 언급했다. 안생병원이라는 공통된 배경으로 3가지 에피소드가 얽혀 있는 방식의 영화로 공포 영화 장르에서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서늘한 미장센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공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 감독 : 정식, 정범식
  • 개봉 : 2007년
  • 출연 : 김보경, 김태우 등

 

 

<알포인트>

내가 말했잖아요. 그들이 온다고, 그들이 오고 있어요.”

한국 공포 영화계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이자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알포인트> 1972년,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 200명의 부대원 중, 혼자 살아 남은 혼바우 전투의 생존자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의 본대 복귀 요청은 철회되고, CID 부대장(기주봉)은 그에게 비밀 수색 명령을 내린다. 72년 2월 2일 밤 10시. 이날도 사단본부 통신부대의 무전기엔 “당나귀 삼공…”을 외치는 비명이 들어오고 있다. 6개월 전 작전 지역명 ‘로미오 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로부터 계속적인 구조요청이 오고 있었던 것. 그 흔적 없는 병사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어둠이 밀려오는 밀림으로 들어가는 9명의 병사들 뒤로 나뭇잎에 가려졌던 낡은 비문이 드러난다.

 

월남전 당시 다수의 대한민국 육군 병력이 실종된 로미오 포이트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당시 밀리터리와 미스터리를 결합시킨 신선한 발상의 영화이며 대중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치밀하게 설계된 심리적 공포이며 제 6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영화영상부문을 수상했다.

 

  • 감독 : 공수창
  • 개봉 : 2004년
  • 출연 : 감우성, 손병호 등

 

 

<장화, 홍련>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을 바탕으로 한 공포 영화 <장화, 홍련>. 인적이 드문 시골, 일본식 목재 가옥이 홀로 서 있다. 집은 밤이 되면 귀기 서린 음산함을 뿜기 시작한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서려 있는 이 집에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아름다운 두자매, 수미와 수연은 아름답지만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 그날. 가족의 괴담이 시작된다. 자매가 서울에서 오랜 요양을 마치고 돌아 오던 날. 새엄마는 아이들을 반기지만, 자매는 그녀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함께 살게 된 첫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가족들은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린다. 수미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 무현과 동생 수연을 손수 챙기려 들고, 생모를 똑 닮은 수연은 늘 겁에 질려 있다.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는 두 자매와 자주 다투게 되고, 아버지 무현은 그들의 불화를 그저 관망만 한다. 새엄마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집안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미가 이에 맞서는 가운데, 집안 곳곳에서 괴이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국 공포 영화 계의 한 획을 그은 영화라고 칭해도 모자랄 만큼 명작 중 명작이다. 이 영화로 신인 배우였던 임수정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 시절 임수정, 문근영의 풋풋하지만 서늘한 느낌을 볼 수 있으며 염정아의 날카로운 연기에 매료된다. 미장센 또한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뛰어넘어, 아름답고 유려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깊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감독 : 김지운
  • 개봉 : 2003년
  • 출연 : 임수정, 염정아 등

 

 

<랑종>

네가 맞혀 봐, 내가 누구인지”

나홍진 감독이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랑종>.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 간의 기록을 담았다.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국과 태국의 합작 공포 스릴러 영화이다. 태국 이산 지역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가족에게 벌어진 미스터리 현상을 그렸는데,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하지만 다큐멘터리 그 자체라 봐도 무방할 만큼 극도의 현실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 제목인 ‘랑종’은 태국어로 영매, 무당이라는 뜻이며 반종 피산 다나쿤은 <셔터>와 <피막>의 감독이다. 호불호가 많은 작품이지만, 긴장감에 숨통이 조여 온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심약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 감독 : 반종 피산다나쿤
  • 개봉 : 2021년
  • 출연 :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등

 

 

<셔터>

목이 자꾸 뻐근해”

태국 공포 영화의 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 <셔터>. 사진작가 ‘턴’과 그의 여자친구 ‘제인’. 대학동창의 결혼식에 다녀오던 길에 한 여자를 차로 치고 만다. 다음 날, ‘턴’은 자신이 찍은 사진 속에서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두려움의 원인을 찾아 결국 사고 현장을 다시 찾게 되는 그들. 그러나 그 도로 위에선 어떤 사건 사고도 보고된 바 없다. 점점 더 혼란과 공포 속으로 빠져드는 ‘턴’과 ‘제인’. 뿐만 아니라 ‘턴’의 대학 동창들은 하나 둘 의문의 자살을 시작하고 턴과 제인은 의문의 사진들이 찍힌 현장을 찾아 다시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진 속 ‘그것’이 그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랑종>의 메가폰을 잡은 반종 피산다나쿤의 영화에게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게 해준 영화이다.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잡은 감독으로 알려졌다. 특히, 극의 중반부 쯤 귀신 등장 씬은 심장을 부여잡을 만큼 공포가 몰아치며, 공포물을 보는 것에 약한 사람이라면 해당 영화를 볼 때 조심해야 할 정도이다. 물론, 영화 시대적 배경 상 사진을 인화하는 장면이 현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나, 특유의 긴장감은 시대를 관통하며 영화를 보고 난 뒤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평도 있다.

 

  • 감독 : 반종 피산다나쿤
  • 개봉 : 2005년
  • 출연 : 팍품 웡품, 아난다 에버링엄 등

 

 

<유전>

상실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라”

2018년 개봉한 영화 <유전> ‘애니’는 일주일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애니가 어머니와 닮았다며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앤’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고,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애니의 엄마로부터 시작돼 딸 ‘찰리’와 아들 ‘피터’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가 정체를 드러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스토리가 명료하지 않아, 관객의 호불호가 강한 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의 흐름이 다소 루즈하여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지점이 해당 영화의 강렬한 특징이다. 영화의 특유의 답답함이 몰아치는 긴장감을 야기하며 일반적인 호러 영화와 차별화된 매력이다. 관람 이후, ‘하나도 무섭지 않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곱씹어보면 인생의 호러 영화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 감독 : 아리 애스터
  • 개봉 : 2018년
  • 출연 :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등

 

애인       (간절하게) 진… 진짜 갈 거야?

          ^^~

애인       (횡설수설하며) 그게 무서워서 아니라….

          내일 봐.

 

냉정한 그녀가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적막한 방안에 혼자 있을 그대. 괜찮다, 불 키고 자면 된다. 아무도 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꿈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 꿈에서 영화에 등장한 귀신들이 나타나 그대를 괴롭힐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공포 영화가 무서운 것은 당연한 것.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자료출처]

  • NAVER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