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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 off #1

Show-off

(vol1)   자랑거리를 수집하는 시간

 

‘Show-off’의 사전적 의미는 ‘으스대고 자랑하다’이지만  ‘Show-off’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 한정하여 암묵적 합의를 하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는가? 그럼 됐다, 에디터의 목적에 달성했다. 우리의 ‘Show-off’는 어쩌면 잘난 ‘척’에 근거를 보태 주기 위함이라는 점, 기억해주길 바란다.

 

있을 법한 상황극을 예시로 들어보자.

 

        평소에 어떤 콘텐츠 즐겨 보세요?

        … 저는… (한참을 고민한다) 다큐멘터리 좋아해요!

 

썸 타는 중, ‘다큐멘터리 좋아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분명 아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다큐멘터리보다는 침대에서 배를 벅벅 긁어가며 유튜브 쇼츠 혹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볼 확률이 아마도 95.1%일 것이다. (이 수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따위 연구 결과는 없다) 유튜브 쇼츠 혹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는 행위가 나쁘다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니 노여워하지 마시라. 다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니!

 

이번 편은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와 환경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자연 다큐멘터리 4편을 알선하였다. 그러니 추천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숙지하여 지적인 대화에 유연하게 녹여보도록 해보자.

1. 나의 문어 선생님

 

1년 간 매일매일 문어를 밀착해서 경계에서 교감, 우정으로 발전하는 두 생명의 관계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남아프리카의 바다, 해초 숲을 헤엄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박물학자 크레이그 포스터가 특별한 문어를 만난다.

 

 

이 다큐멘터리는 문어와 크레이그 포스터 감독의 형언할 수 없는 관계성을 심도 있게 전달한다. 아울러 인간의 삶에서 교감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교감으로부터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의 본질이 어떻게 지탱되며 위로 받는가에 대해 재고할 기회가 될 것이다.

 

 

2. 물숨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우도의 해녀들이 온종일 숨을 참은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자식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었다. 바다로 출퇴근을 하는 제주의 해녀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제주의 해녀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해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을 집필한 송지나 작가가 원고에 참여했고 피아니스트이자 뉴에이지 작곡가인 양방언 감독이 음악을 맡아 인생의 애달픔과 바다가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3. 다시 태어나도 우리

 

전생을 기억하는 조금 특별한 9살 린포체 ‘앙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린포체란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 살아 있는 부처라고 불린다. 앙뚜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 스승 ‘우르간’과 몇 번의 겨울을 함께 보내며 삶의 동반자가 된 두 사람은 새로운 봄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는 명백히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히말라야 지역의 광활하고도 깊은 풍경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가 순수성을 잃지 않고 빙판 위에서 썰매도 타면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나 스승과 함께 영적 지도자로서 과업을 잃지도 않는 모습은, 마치 한적한 공간 속에서 울리는 맑은 종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광활한 자연과 운명을 걷는 앙뚜와 우르간을 통해 심안에 위로를 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고래와 나

 

고래의 삶과 죽음으로 드러나는 지구의 위기를 보여주는 SBS 4부작 다큐멘터리. 희귀한 향고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20개국 30개 지역을 돌며 키스하는 두 마리의 고래, 새끼가 어미의 젖을 먹는 모습, 귀여운 외모로 많은 이들의 사람을 받은 벨루가와 북극곰의 처절한 생존경쟁까지 신기로운 순간을 담았다.

 

 

배우 한지민과 배우 박해수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반추한다. 국내 최초 8K 고래 촬영을 진행하여 지금껏 보지 못한 고래들의 세상을 엿볼 수 있다.

 

당신이 지적인 콘텐츠 취향을 갖고 있다면 썸 타는 중에 매력도 29% 올라가지 않을까? (이 수치도 연구를 기반으로 되었으면 좋겠지만 에디터의 바람임을 잊지 말자) 만약 썸남 혹은 썸녀가 다큐멘터리 덕후이어서 다큐멘터리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오! 저도요. 어떤 다큐멘터리 좋아하세요?

        ….

        ?!

 

만약 아무 정보 없이, 어물쩍거리기만 한다면 어색한 적막 속에서 두피부터 흐르는 땀줄기를 닦아내야만 할 것이다. 그 전에 다큐멘터리에 대해 공부해 가면 좋지 않을까? 다큐멘터리가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집중해서 봐 보시라. 다큐멘터리는 실존하는 사물이나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다루는 영상매체이며 사실주의적인 접근법을 위해 현실적 피사체를 담아낸 카메라워크를 사용하고 정보와 근거가 있는 내용들을 제공한다는 특징도 있다. 참으로 매력적인 장르이니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혹시 아는가? 지적인 대화를 통해 썸에서 성공할지도 모른다. 만약 성공한다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부탁한다. 아! 실패해서 방망이 들고 쫓아온다 하여도 이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