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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Off #3

Show off (vol1)   자랑거리를 수집하는 시간

 

‘Show-off’의 사전적 의미는 ‘으스대고 자랑하다’이지만 ‘Show-off’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 한정하여 암묵적 합의를 하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는가? 그럼 됐다, 에디터의 목적에 달성했다. 우리의 ‘Show-off’는 어쩌면 잘난 ‘척’에 근거를 보태 주기 위함이라는 점, 기억해주길 바란다.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가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팀장님이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 것인지 묻는 상황을 예시로 들어보자.

 

팀장님    이번 여름 휴가 어디로 가나?

          (아… 왜 아침부터 말 거는 거야)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팀장님    (한심하듯) 젊은 사람이 놀 때 놀아야지! 내 나이 되면 말이야, 가고 싶어도…(중얼중얼)

 

집에서 선풍기 틀어 놓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도 좋다. 그러나 낯선 장소로 몸을 옮겨 신선한 바람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편은 팀장님의 잔소리를 피해 떠나기 좋은 영화 여행지 7을 추천한다.

 

1.‘늑대소년’ – 제주, 물영아리오름

“기다려, 나 다시 올게”

 

제주에 위치한 물영아리오름은 영화 ‘늑대소년’에서 순자(배우 김향기)와 늑대소년인 철수(배우 송중기)가 야구를 하며 놀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물영아리오름은 비가 많이 오면 오름 정상 화구에 물이 고이기 때문에 ‘물이 있는 영아리’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물영아리오름의 아래에서 바라봐도 목가적인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지만, 오름을 오르면 진정한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 5번 째로 람사르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생태 보전 지역이어서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재고할 수 있다.

 

 

2. 경주’ – 경주, 대릉원

“집 앞에 능이 있으니까 이상하지 않아요? 경주에서는 능을 보지 않고 살기 힘들어요”

 

제 2회 들꽃영화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영화 ‘경주’는 경상북도 경주의 몰랐던 매력을 러닝타임 내내 엿볼 수 있으며,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최현(배우 박해일)이 대구 친한 형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돌아오는데, 문득 7년 전 보았던 춘화의 기억을 더듬어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속 공윤희(배우 신민아)는 경주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말한다. 대릉원은 신라시대의 고분군이며 내부 구조는 모두 돌무지 덧널무덤이지만 그 웅장함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릉원은 낮보다 밤에 그 진가가 드러난다.

 

 

3. 외계+인 1부’ –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숲

“밥은 먹고 합시다, 시간은 많으니까”

 

영화 ‘외계+인 1부’는 안동시가 주최하고 경북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역기반 영화촬영 로케이션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SF 액션 판타지 영화로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숲을 유려하게 표현했다. 만송정 숲은 천연기념물 제 473호로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휘돌아 흘러가며 만들어낸 넓은 모래 퇴적층에 위치한다. 조선 선조 때, 풍경을 좋게 하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소나무를 1만그루 심었다하여 ‘만송정’이라고 칭했다고 알려졌다. 역사, 문화, 경관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귀한 곳이니 여름휴가 중에 방문하면 울창한 숲에 공경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안경’ – 일본, 요론섬

“비법은 서두르지 않는 것”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픈 타에코는 어느 날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 마을이 바로 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요론섬이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보고 있자면, 하던 일을 전부 멈추고 당장 연차를 쓰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렁거릴 것이다. 요론섬은 느긋한 분위기, 맑은 바닷물, 백사장이 절경을 이루며 자연경관에 깊숙한 황홀감을 느껴진다. 아울러 다이빙 명소로도 알려졌기 때문에 다이빙 매니아들은 여름 휴가 리스트에 적어두자. 갑갑하고 치열한 도시에서 도망치고 싶다면 요론섬에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5. ‘바닷마을 다이어리’ – 일본, 카마쿠라 해변공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셨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사치, 요시노, 치카가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찾아가고 그곳에서 이복동생 스지를 만난다. 밝은 미소로 대할 수 없지만 홀로 남겨진 스지가 안쓰러운 세 자매는 먼저 손을 내밀고 한 지붕 아래 살게 되는데, 해당 배경이 카마쿠라 해변공원이다. 카마쿠라 해변공원은 날씨와 무관하게 서핑을 하거나 해변을 산책하기 아주 좋으며 여유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해변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모습을 관망하고 있으며, 그동안 쌓여온 부정적인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져 없어지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이탈리아, 크레마

“I miss you”

 

Elio(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Oliver(배우 아미 해머)를 만나며 여름보다 뜨거운 사랑을 하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배경은 이탈리아 크레마이다. 크레마는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주 내에 있는 크레마는 므레모나 주에 속한 아주 작은 도시이고 메인 도시인 밀라노와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했다. 서울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대략 35-40km정도인데, 해당 거리라고 보면 대략적으로 감이 올 것이다. 크레마에 방문하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부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영화는 크레마라는 도시를 서정적으로 담아냈다. Elio와 Oliver가 음료를 마시며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던 노천 카페부터 Elio가 자전거를 타던 길인 크레마 두오모까지.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도시 전체를 산책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일교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니 옷을 단단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7. ‘업’ – 베네수엘라, 앙헬 폭포

“모험 고마워요, 이제 새로운 모험을 향해 떠나요.”

 

평생 모험을 꿈꿔 왔던 ‘칼’ 할아버지는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집을 통째로 남아메리카로 날려 버린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칼이 떠나고 싶은 그곳이, 바로 베네수엘라에 위치한 앙헬 폭포이다. 영어로는 ‘Angel Falls’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총 높이 979m이며 최대 낙차 807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이다. 유수량이 적을 때는 물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안개가 되어 날아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대략 555m이니 앙헬 폭포의 높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웅장함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나 폭포 하나를 보러가기 위해서는 2박 3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진입장벽이 있다. 그러나 살면서 한 번쯤 찾아가볼 법한 위대한 자연임은 틀림없다.

 

 

팀장님의 질문에 무의미한 고개 끄떡임으로 (비언어적) 답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다 알고 있다.

 

 

          (무심하게 고개를 연신 끄떡인다)

팀장님    (의심의 눈초리로) 내 말 듣고 있나?

          (점심에 시원한 물냉이나 먹을까? 비냉도 맛있겠다…) 네.

팀장님    (버럭 하며) 지금 점심 메뉴 계획 세우고 있지? 여름 계획 세우라니까!

          앗?!

 

팀장님의 조언(?)이 언짢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행은 참 신비롭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여름 휴가를 다녀온 후부터 갑자기, 회사에서 매일 보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서 잔잔하게 물결 치는 파도의 소리처럼 부드럽게 들릴 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럴리가…없다)

 

하지만 그만큼 여행은 사람에게 새로운 눈과 새로운 마음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선물하기도 한다. 집에서만 보내는 여름 휴가도 아주 멋지지만, 가방에 간단하게 짐을 챙겨 영화 속으로 떠나 보자. 조금은 다른 세상에 용기 내어 발을 딛으면 형형색색의 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