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off #2
Show off (vol1) 자랑거리를 수집하는 시간
‘Show-off’의 사전적 의미는 ‘으스대고 자랑하다’이지만 ‘Show-off’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 한정하여 암묵적 합의를 하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는가? 그럼 됐다, 에디터의 목적에 달성했다. 우리의 ‘Show-off’는 어쩌면 잘난 ‘척’에 근거를 보태 주기 위함이라는 점, 기억해주길 바란다.
MBTI 테스트 중 T(사고형)와 F(감정형)를 구별하는 질문은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나 요즘 피곤해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려.
애인 (쾌활하게) 창문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셔봐! 그러면 머리가 덜 아플거야.
나 …^^
애인이 나의 고민에 창문을 열라고 대답한다면, MBTI의 F가 90%인 에디터는 아마도 쓴 웃음을 머금으며 인형을 안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답변을 제안해볼 테니 T들은 힘들더라도 따라해 보길 바란다.
애인 (안쓰럽게 바라보며) 괜찮아? 요즘 많이 힘들지? 우리 같이 뮤지엄 가서 힐링하자!
나 (행복해하며) 정말?! 어떤 뮤지엄?
애인 …
나 …^^
아, 참!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 무작정 반복학습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삶에 피로를 느끼는 애인의 뭉친 어깨를 풀어줄 수 있는 힐링 뮤지엄 5곳을 소개한다.
1. 뮤지엄산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공사를 시작하여 2013년 5월에 개관하였다. 뮤지엄산의 슬로건은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으로 이에 걸맞게 삶, 자연, 예술 속에서 고요하고 편한 휴식을 선사한다. 본관은 4개의 윙(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아울러 웰컴 센터, 플라워 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 가든,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지는 전체길이 700m로 이루어져 있고 산 중턱에 위치하여 4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볼 수 있어, 감동을 일으킬 만큼 굉장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명상관은 빛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산 개관 5주년을 기념하여 완성하였으며 돔 형태의 공간은 인접한 스톤가든과 조화를 이룬다. 명상관은 뮤지엄의 공간, 예술, 자연을 영감으로 기획된 프로그램들로 잊고 있던 풍부한 감성을 일깨울 것이라 예상한다. 뮤지엄산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흡인력 있는 뮤지엄이다.
- 위치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산
2. 호암 미술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의 아호(雅號)에서 따온 호암 미술관. 호암 이병철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 1천 2백여 점을 바탕으로 1982년 4월에 개관하였다. 호암 미술관은 크게 미술관 건물과 전통정원인 화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4계절 내내 눈에 만족을 주지만, 특히 봄과 가을에 방문하면 호암 미술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풍경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할 정도.
호암 미술관의 전경은 한국 고유의 전통양식으로 완성되었고 불국사와 같이 아치형 돌계단을 구조로 1층 건물 위에 청기와의 단층 건물을 얹어 2층으로 만들어졌으며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었다. 또한 ‘상호관입(*내외부공간 사이에 새로운 공간이 들어옴으로써 공간의 위치 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상태를 말함)’을 공간개념으로 하였다. 아울러 돌, 나무, 철을 최소한으로 가공해서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였다. 호암 미술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마치 한 폭의 풍경화 속에 입장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3.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대지 1,400평에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크기와 개수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하다.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인조광을 최소화하고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여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뮤지엄 외부는 두 개의 거대한 회백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져 있으며, 이 육중한 매스를 하부의 기둥과 창이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상부 벽은 어떠한 장식도 없는 공백이 하부의 개구부와 대조를 이루고, 두개의 덩어리가 물결과도 같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한편, 알바루 시자는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이다. 그는 외형적인 화려함보다는 이용자를 배려하는 기능을 조금 더 추구하는 건축가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안양 알바루 시자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을 설계하였으며 201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깊숙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싶다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추천한다.
- 위치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4. 수풍석 뮤지엄
수(水), 풍(風), 석(石) 물과 바람과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22만평 드넓은 대지 위에 조성된 주택단지 내 뮤지엄이다. 건축가 이타미 준이 지향하는 바가 가장 잘 드러난 수풍석 뮤지엄은 미술품이 전시된 일반적인 곳이 아닌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뮤지엄’을 제시하고 있다. 수(水) 뮤지엄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을 담는 물의 반사가 달라지면서 대자연의 움직임을 느껴보는 공간이며, 풍(風) 뮤지엄은 긴 복도를 걷거나 돌 오브제에 앉아 외부의 나무판 틈새로 바람이 통과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간이고, 석(石) 뮤지엄은 박물관 앞에 손 모양의 돌 조각을 올려놓아 가까이 있는 손과 멀리 보이는 산방산이 대비되어 리듬감 있는 명상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두손뮤지엄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형태로 산방산이라는 자연의 조형을 향해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개방되어 있지 않아, 외관만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한편 건축가 이타미 준은 재일교포 건축가이며, 2003년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 기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건축물이 세워질 장소의 공유한 풍토, 지역성을 살려 인간의 삶에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로 알려졌다. 일상에서 쌓인 부정적 감정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수풍석 뮤지엄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79
5. 이함 캠퍼스
이함캠퍼스는 2022년 7월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함캠퍼스의 ‘이함’ 은 ‘써 이(以), 상자함(函)’로 빈 상자로서 그릇을 비워야만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듯이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담아내고 비우기를 실천하는 ‘함(열린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이함캠퍼스는 1만 평 초대형 부지이며 미술관, 전시장 별관, 이함창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과 따스한 자연이 어우러져 현대적인 감성과 안락하고 포근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한 건물 외부에는 넓은 잔디밭과 조형물이 있으며 둘레길을 산책하면 푸르른 자연을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게 만끽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 위치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혹시 삶이 지치고 피로한가? 아마도 그것은 현실에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그 뜨거움을 잠시 식힐 때도 필요하다.
헬무트 두비엘의 저서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삶이 열려 있음을 아는 것, 다음 산을 넘으면, 다음 골목으로 접어들면, 아직 알지 못하는 지평이 놓여 있으리라는 기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고된 하루하루를 참고 견디느라 어깨가 딱딱하게 뭉친 애인의 손을 잡고 추천한 뮤지엄을 방문하여 그다음 스텝을 함께 기대해 보자. 그렇다면 분명 상상 이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뭉친 어깨도 어느 정도 풀릴 것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기를 바라며!
[자료출처]
– 뮤지엄산 공식 홈페이지
– 호암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 수풍석 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 이함 캠퍼스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