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하하
이미 정해진 결말은 기대가 없다. 바뀔 것도 더할 것도 없으니.
뻔한 클리셰는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다음이 궁금한 하하의 이야기.
Q 요즘 근황은?
앨범 관련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잠시 미뤄뒀다. 나의 계절인 여름을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한 채 보내고 있으니 조금 억울하기도 해서, 10월엔 직접 프로듀싱한 온라인 음원을 발매할 계획이다. 공연 활동은 어렵겠지만 이렇게라도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 그리고 올해가 밥 말리 사단의 75주년인데, 스컬과 내가 한국 대표 레게 뮤지션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해서 준비 중에 있다.
Q 음악뿐 아니라 패션 사업과 디자이너로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이번 화보에서 입은 죠스 티셔츠도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브랜드 칼리프애쉬와 유니버셜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이다. 유니버셜과 인연이 깊다. 영화 ‘죠스’ 외에도 올해 5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패스트&퓨리어스’ 시리즈의 굿즈도 함께 작업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개봉 일정이 연기됐다. ‘패스트&퓨리어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영화 개봉과 함께 칼리프애쉬를 통해 목걸이와 수갑 팔찌, 선글라스 굿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Q 해외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등의 문화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꽤 특별한 일 아닌가
그래서 더 자부심을 갖는다. 하나 더 자랑하자면, 죠스 티셔츠는 많지만 한글 고유로 죠스가 새겨진 티셔츠는 대한민국 최초다. 그래서 더 값지다. 요즘에 레트로 감성이 가미된 스트릿 패션에 빠져있는데 티셔츠를 제작하면서도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내가 디자인한 죠스 티셔츠는 이미 품절이다. (웃음)
Q 왜 하필 영화 ‘죠스’ 였나
올해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죠스’의 45주년이거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죠스’를 모르더라. 깜짝 놀랐다. 그 죠스의 시그니처 음악이 있잖아. ‘빠밤 빠밤, 빠밤빠밤빠밤’ 우리 때는 그 음악만 흘러나오면 완전 난리였는데. (웃음)
Q 칼리프애쉬가 지향하는 방향성은?
좀 더 대중성을 지닌 브랜드로 변화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칼리프애쉬는 어둡고 강인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인사이트를 돌려 보니까 여성 고객층이 꽤 많더라. 앞으로 다양한 무드를 시도하면서 대중적인 브랜드로 풀어볼 계획이다.
Q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
믹스매치를 좋아한다. 스타일을 정할 때는 신발이나 모자 같은 아이템을 먼저 정하고 룩을 맞추는 편이다. 아이템에 따라 의상이 바뀌는데, 어떤 아이템을 매치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색다른 룩을 연출할 수 있다.
Q 요즘 즐겨 신는 슈즈는?
요즘엔 컨버스나 반스를 즐겨 신는다. 특히 여름엔 컨버스, 반스의 기동성과 가성비를 능가할 제품은 없는 것 같다. 아디다스 라인도 많이 신고. 슈마스터라는 슈즈 커스터마이징 업체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너무 예쁜 제품이 많아서 대량구매했다. (웃음)
Q 매년 여름이면 들려오던 ‘레게 강 같은 평화’ 앨범 소식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 너무 아쉽다. 우리 노래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곡이 많은데, 무대를 설 수 없는 상황에 앨범을 발매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있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고 올해 발자취는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신인 레게 듀오 ‘설레게’를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도 내가 직접 연출했다.
Q 프로듀서로서 첫 행보를 보여준 ‘설레게’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설레게’는 향스와 심이라는 친구로 구성된 레게 듀오 그룹이다. 향스와 심이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한번도 교류가 없었다. 향스는 올드팝, 심은 알앤비 스타일인데 서로 스타일이 달라서 같이 공연을 하거나 음악을 공유한 적이 없었거든. 아티스트 지바노프가 향스를 추천해줘서 먼저 알게 됐고, 그 후 심을 만났다. 이들의 음악적 세계관을 들어보니 너무 멋있더라. 노래도 재밌게 잘하고, 공연에도 특화된 친구들이다. 그래서 셋이 만난 자리에서 금시계를 보여주면서 꼬셨지. (웃음) 블루오션인 레게를 하면 이렇게 금시계도 찰 수 있다고. 사실 레게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 향스와 심은 레게를 아예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만의 새로운 레게 스타일을 개척해낼 수 있었지. 특히 팝적인 레게를 정말 잘한다. 레게 씬이 떠오른다면 그 중심엔 이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Q ‘설레게’만의 강점은 뭘까
독보적인 것. 국내에는 ‘설레게’ 같은 레퍼런스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 친구들이 스타트이자, 도화선이다. 나는 불만 지펴주면 되는 거지. 가수는 무대 위에서 빛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레게’가 무대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프로듀싱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레게 베이스를 잃지 않는 것. 장르를 믹스하되 누가 들어도 레게구나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레게 장르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곡 자체로서 레게인 음악을 하고 싶었다.
Q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화사와 ‘당 디기 방’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한 적이 있는데 호흡이 너무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후로 레게 강 같은 평화 콘서트에 초대했는데, 관객석에 있다가 즉석에서 ‘당 디기 방’을 부르기도 했다. 화사도 레게를 너무 좋아하고, 일단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 기회가 된다면 화사와 제대로 작업해보고 싶다.
Q 하하와 스컬의 영향으로 대중들도 레게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장르적으로 힙합과 비교당할 때는 아쉽지 않나
아쉬워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럼 억울하잖아. 예를 들면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언더그라운드를 선언하면서 메이저를 부러워하면 안 된다는 거지. 내가 레게를 선택했는데, 힙합과 비교당한다고 아쉬울 필요는 없다. 레게를 힙합만큼 사랑해달라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내면 되는 거니까. 근데 그게 어려워서 계속 노력하고 연구 중이다. 우리 음악을 알아봐 주는 분들께 감사하고 더 좋은 곡을 들려주고 싶은 고민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Q 수많은 장르 중에서도 레게에 빠진 계기가 있나
솔직히 말하면 상업적으로 이용한 거다. 힙합씬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어떻게 하면 음악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레게가 있었다. 막상 해보니까 나랑 너무 잘 맞는 거지. 처음엔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레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연습을 하면서 빠졌다. 한번 매료되니까 출구가 없더라. 레게는 게릴라 뮤직이라고도 한다. 한번 빠지면 끝이 없거든. 그렇게 전략적으로 선택했다가 지금은 완전히 지독한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웃음)
Q 레게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
팝 요소가 섞인 레게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브루노 마스나 리한나, 드레이크 같은 아티스트부터 시작해서 좀 더 중독성 있는 레게 음악으로 빠져드는 거지. 로린 힐이나 로린 힐이 속한 그룹 푸지스, 그리고 와이클리프 진까지 쭉 들어보면 레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
Q 하하의 원동력은?
멋있는 척이 아니라 진짜 결핍인 것 같다. 계속 뭘 채워도 만족할 수 없는 그런 굶주림이 있다. 특히 무대와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런 결핍이 동력이 된다. 레게 뮤지션으로서 내 자신이 명분이 있어야 스컬에게도 나와 함께하는 명분이 될 것 같다. 스컬에게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뮤지션으로 함께하고 싶지 결코 짐이 되고 싶지 않다.
Q 하하의 꿈
와이프가 옆에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 (응원차 촬영 현장을 방문한 그의 아내 별과 드림이를 바라보며) 예전에는 멋있는 아빠, 좋은 아빠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고은이랑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들한테 훌륭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 좋은 남편이 되면 자연스레 좋은 아빠가 되는 거지.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자식을 낳으면 포기해야 할 것도 많지만 비교할 수 없는 행복과 축복을 얻는다. 항상 얘기하지만 나는 겁쟁이라 아픈 것도 싫고 무서운 것도 많은데,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 부모가 되니까 그런 용기가 생긴다. 아이들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되고 더 멋있어지고 싶고, 더 잘살고 싶다. 가족으로 인해 꿈이 생기고 목표가 생겼지.
Q 마지막으로 스트릿풋 독자를 위해 한마디
여러분을 내 동생, 나의 누나, 나의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건강을 챙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다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때를 보내고 있는데, 무너지지 말고 마음 단단하게 다질 수 있길 바란다. 안일한 희망보다는 나중을 위한 대안이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어떤 풍파가 와서 휘청거리더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이 한 50배 더 축복받았으면 좋겠다.
EDITOR HWANG SO HEE
PHOTOGRAPHER KWON HAE GEUN
STYLIST AHN DOO HO
HAIR LEE CHAE WON (CINQ DE BEAUTE ATELIER)
MAKEUP JUNG EUN JU (CINQ DE BEAUTE ATELIER)
LOCATION ROOM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