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민국 1% ‘조선 펑크’ 밴드 럼킥스 인터뷰

럼킥스는 매년 전성기에요!

 

5년째 활동 중인 밴드 럼킥스. ‘조선 펑크’라 부르는 이들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포고 펑크 음악 스타일과 퍼포먼스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1% 펑크 밴드의 길을 걷게 된 여정과 전 세계 각국을 돌며 겪은 에피소드와 정규앨범 ‘반골’에 대해 유쾌하고 솔직한 이야기까지.

간단한 밴드 소개 부탁드려요.

 

예원: 활동한 지 5년 정도 된 펑크 밴드 럼킥스입니다. 1세대 펑크 밴드들이 아이덴티티가 있는 펑크 음악을 ‘조선 펑크’라 불러 저희 스스로 ‘조선 펑크 밴드다.’라고 불렀어요. 엄밀히 따지면 조선 펑크라는 장르가 있는 건 아니라 럼킥스는 포고 펑크(Pogo punk) 밴드로 봐주세요.

 

‘럼킥스’ 이름 뜻이 궁금해요.

 

예원: 우리가 아는 술 ‘럼’이랑 ‘킥스’를 합친 뜻이에요. 킥스는 ‘효과가 나타나다’라는 말도 있고 ‘발로 차다’라는 뜻도 있는데 별 뜻은 없어요. 걸밴드임에도 조금 중성적인 이름을 하고 싶었고, 원년 멤버였던 베이시스트가 처음 밴드를 하는 거라 그 친구한테 밴드 이름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이후에 그 친구가 골라온 몇 가지 이름 중 럼킥스가 잘 맞아 쓰게 됐어요. 현재는 같이 밴드를 하고 있진 않고, 기타/보컬에 정예원, 베이시스트 고다현, 드러머 양지연 이렇게 셋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70년대 펑크 스타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예원: 예전부터 로망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그런 음악 할 거면 머리도 한번 세워봐.”라고 해서 한번 세워봤어요. 근데 한번 해보니까 멈출 수 없는 거예요. (웃음) 계속 하다보니 머리도 좀 밀게 됐고요. 지금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서 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요.

 

다양한 음악 장르 중 펑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예원: 초등학교 6학년 때 H.O.T. 팬이었거든요. (웃음) H.O.T.를 보려고 가요 수신 프로그램을 틀었는데 우연히 크라잉넛 노래를 듣고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반항적인 성격이라 사랑타령만 하는 한국 대중음악에 질린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케이팝 말고 이런 음악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그때부터 펑크 락커를 꿈꾸고 엄마한테 기타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물론 사주시진 않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유일하게 제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는 음악은 펑크인 것 같아요.

 

다현: 베이스 연습 때 주로 펑크 음악으로 연습했어요. 당시에 펑크 음악을 계속 듣고 연습하다 보니 펑크의 매력을 조금 알았어요. 지금은 같이 연주하는 것도 즐겁지만, 펑크의 자유 정신이 매력적이고 알수록 재밌어서 밴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연: 고등학교 밴드 동아리 활동했을 때 처음으로 펑크 록을 접했어요. 오빠 한 명이 펑크 록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밴드 오빠들이랑 크라잉넛 노래로 합주 연습을 자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도 자연스럽게 ‘펑며’들었어요. (웃음) 무엇보다 펑크 특유의 거침없는 매력에 빠져 졸업 후에도 ‘펑며’들게 한 오빠랑 같이 밴드 활동을 했고, 지금은 다른 펑크 밴드 하면서 럼킥스 드러머 활동을 하고 있어요.

 

펑크 밴드 분들은 다른 밴드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있던데 이유가 궁금해요.

 

지연: 잘해서? (웃음) 아니면 타 밴드서 본인 밴드랑 잘 어울릴 것 같다 생각하면 우리 드럼 처볼래? 라는 식으로 제안이 오기도 해요.

 

예원: 옛날부터 펑크 드러머에 관한 밈이 있어요. ‘펑크 드러머는 밴드를 5개씩 하고 있다.’ 그만큼 드러머 찾기가 어려운 장르에요.

베이시스트가 더 구하기 힘들지 않나요?

 

예원: 보통은 그런데 펑크 장르는 드러머 찾기가 정말 힘들어요. 아무래도 박자가 빠르다 보니 그걸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럼킥스도 3년 동안 드러머 없이 세션으로 활동했어요.

 

그럼 지연님과 다현님은 럼킥스 몇 기수 정도 될까요?

 

예원: 그런 게 있나? (웃음) 지연이는 공개되지 않은 드러머까지 하면 럼킥스 드러머 11기 정도 될 거고 다현이는 럼킥스 베이시스트 4기 정도 될 거에요.

최근 유럽투어와 연말에 진행하는 중국 투어까지 합쳐서 올해에만 무려 50번 이상의 공연을 진행했는데요. 다양한 나라를 방문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지연: 럼킥스 맴버로 합류하고 한 달 동안 유럽 투어를 했는데요. 힘들기도 했지만 공연할 때 처음 경험해 보는 스테이지 다이빙도 재밌었고, 투어 마지막 날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랑 슬램도 했어요. 투어 중에 다치면 안 되니까 공연 다 끝나고 체격 좋은 사람 뒤에 숨어서 슬램을 즐겼어요. (웃음)

예원: 인도네시아에서 공연 중 날라오는 물병에 맞아 공연이 중단됐어요. 제 얼굴에는 물병이 날라왔고, 전에 같이 활동하는 드러머는 누가 던진 맥주병에 팔꿈치를 맞았어요. 던진 사람을 찾았는데, 저희랑 같이 공연하고 싶어 했던 인도네시아 밴드였어요. 확인해 보니 그 밴드가 주최 측에 ‘럼킥스랑 같이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고 공연장 측에서 거부해 홧김에 그런 행동을 한 거죠.

 

이후에 경찰이 오고 드러머는 응급실에 실려 갔어요. 맥주병에 세게 맞고 팔이 부어서 투어가 중단될 뻔했는데, 다행히 팔꿈치가 부러지진 않아 투어를 강행했어요. 당시 현지에서도 충격적인지라 메이저 뉴스에도 저희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 인스타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하루 만에 만 명 넘게 늘었어요. 다들 댓글로 “인도네시아를 대표해서 사과한다.” 했죠. 심지어 인도네시아 유명 연예인은 “이번 사건은 나라의 수치다. 정말 미안하다.”고 댓글 달았어요. 그렇게 다음 투어 장소인 발리로 이동 후 데우스 샵 들릴 일이 있어 갔더니 직원이 “너희 럼킥스 아니야?” 이러면서 선물을 주더라고요. 심지어 오토바이 타고 가면 머리도 안 새웠는데 사람들이 저희를 알아보고 인사해 줬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상황들이 웃겼지만, 목숨을 걸고 유명세를 얻은 기분이었죠. 오랫동안 술자리 안줏거리가 될 것 같아요. (웃음)

출처: 럼킥스(@rumkicks) 인스타그램

다현: 공연할 때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데, 유럽 투어 마지막 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눈물 흘렸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예원 언니가 무대에서 정말 자주 운다 말했는데 저도 눈물이 날 줄 몰랐거든요.

 

고등학교 때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스위스에 있었나 봐요. 같이 학교 다닐 때 3년 동안 기숙사를 같이 쓰면서 동고동락한 사이였어요. 졸업 후 잊고 지내다가 무대에 오르고 관객한테 조명이 켜졌는데 그 친구가 딱 보이는 거예요. 우연히 저희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는데,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그 친구도 감정이 북받쳤는지 저를 보더니 울더라고요. 감정표현이 없는 친구라 그 모습을 보니 결국 눈물이 나더라고요. 공연 마치고 인사하러 갔는데 지연 언니가 친구 맥주 사주고 예원 언니는 사진 찍어줬어요. (웃음)

2022년 영국투어 당시 한복을 입고 공연하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펑크의 고장인 영국 현지 반응은 어땠나요?

 

예원: 유서 깊은 영국 페스티벌 ‘리벨리온 페스티벌(Rebellion Fest)’에서 했던 퍼포먼스 였는데요. 30년 역사 중 처음으로 한국 밴드가 참여하는 거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어 한복을 입었어요. 일본 펑크 밴드들은 유카타나 기모노 입는 퍼포먼스를 많이 하는데 우리도 못 할 거 없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펑크 스타일로 리폼해 볼까 했는데, 우리가 뭐 다 맞춰줄 필요 없다 생각해서 당근에서 3만 원에 한복 사고 리폼 없이 챙겨갔어요. 현지 반응은 별거 없었어요. 한국 드레스 이쁘다 정도? 오히려 공연 보러 온 한국 관객들이 더 감동받아 보였어요. 약간 국뽕 차오른 느낌이랄까? (웃음)

럼킥스 정규 1집 '반골'

이번 6월에 발매한 정규 앨범 ’반골’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려요.

 

예원: ‘활동 5년 차면 정규앨범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만들었어요. 의외로 생각이 많아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고, 첫 정규 앨범이라 근본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앨범 발매 날짜를 받아 놓고 타이트하게 녹음해 굉장히 서툴렀던 앨범이고 아쉬움이 많아 잘 듣지 않아요.

 

자식 같은 앨범일 것 같은데요, 그래서 더 아쉬울 것 같아요.

 

예원: 어떻게 보면 유치한 곡들인데 정규 준비하는 6개월 동안 해 뜨는 거 보고 잠든 날이 대부분이에요. 녹음실에서도 13곡을 2주 만에 녹음하는 팀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럼킥스의 모든 스케줄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되는 것 같아요.

 

한 해 바쁘게 활동한만큼 아쉬웠던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지연: 일본투어 갔을 때보다 유럽투어가 오히려 소통하는 데 어려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땡큐’와 ‘예스’ 뿐이였거든요. (웃음) 언어의 장벽을 느껴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다현: 제가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유럽 투어 때 맥주의 고장에 가더라도 시간이 없어 생맥주를 못 마셨어요. 다음 투어 때는 각 지역마다 유명한 맥주는 생맥으로 마셔보는 게 꿈입니다.

 

예원: 벨기에 홍합스튜 못 먹은 것, 독일에서 슈바인스학세 못 먹은 것, 체코에서 시나몬이랑 설탕 묻은 코젤 생맥주 못 먹은 것, 스위스에서 퐁듀 못 먹은 것. 죽기 전에 못 이룬 꿈보다 못 먹은 밥이 더 생각날 것 같은 사람이라 대충 이렇습니다. (웃음)

 

끝으로 럼킥스에게 다가올 2024년은?

 

지연: 내년 2월에는 일본 투어가 잡혔고요, 여름에는 유럽 록 페스티벌 네 곳이 결정돼서 투어 일정으로 바쁠 것 같아 다가올 2024년은 ‘여행’이다. 내년에도 다양한 나라를 방문할 거라 기대해 주세요.

 

다현: 올해는 예원 언니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요. 그전에도 잘 살고 있었지만, 2023년에 물 들어왔으니 2024년에는 열심히 노 젓는 뱃사공 되겠습니다.

 

예원: 2024년은 전성기 일 것이다, 여야만 한다. 럼킥스는 운 좋게도 매년 전성기였어요. 지금도 크고 있는 밴드라 작년에도 주변에서 ‘너네 정말 잘 되고 있다. 여태 했던 것보다 올해 정말 최고다!’라고 했는데 올해도 정말 최고였어요. 내년에는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 매년 절정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년에도 기대할 거에요. 뭐 정 안되면 전성기로 이름 바꾸죠. (웃음)